
지난 18~19일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진 난동 사태의 중심에는 2030 세대가 있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 가운데 46명이 2030 세대였다. 이들이 ‘애국청년’을 표방하며 보수 집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2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5명의 전문가들은 극우 유튜브 채널과 정치권 일각의 부추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밀접한 청년층의 특성, 젠더 갈등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의 메시지…영웅처럼 부추겨”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18일부터 서부지법 인근에 몰려 있던 지지자들은 19일 오전 2시50분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극도로 격앙되기 시작했다. 법원 후문 담장을 넘어 건물 외벽을 훼손하고, 창문을 부수고, 내부 기물을 파손했다.

전문가들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기존 보수 집회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청년층이 결집했다는 점을 넘어 폭력 사태로까지 번진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보수 쪽(집회)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지 않나”라며 “사법기관을 무력으로 침입해서 난동을 부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사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윤 대통령과 일부 여당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메시지가 자극이 됐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법이 무너졌다’ ‘불법이 판친다’ 등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나”라며 “추종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의 발언을 듣고 사법 시스템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여당에서 젊은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행동을 해오지 않았나”라며 “‘훈방이 될 거다’라고 시그널을 보낸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백골단’이라 불리는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논란이 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8일 서부지법 앞에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다”며 “아마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신을 위해 계속 싸워달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발언, 윤상현·김민전 의원 같은 사람들의 선동적인 발언 등이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돈벌이…SNS로 확증편향”
극단적 보수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발언들이 원인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들의 선동적인 발언이 분노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의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들의 행동의 근거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태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정치 행동을) 부추기는 정치인이나 유튜버가 없었다”며 이런 영향이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들이 20~30대 남성의 전체 비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세대의 많은 남성들이 기본적으로는 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돈벌이를 노린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더 과격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그중 일부가 2030 세대 남성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에 익숙한 청년층의 특징에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SNS에 많이 노출되면 유사한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걸 공유하게 되고 확증편향이 생긴다”며 “이후 활동 반경을 오프라인까지 넓혀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에 비전 못 주는 사회…건강하지 못해”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며 그동안 보수 집회의 주축이 됐던 노년층과 청년층의 공통 분모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년층과 청년층은 사실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핵심 노동 인력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 가운데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쉬는 청년의 비율이 역대급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것과 이번 사태가 결코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층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세대인데 이들이 삶에서 희망과 의욕을 가지지 못하고 거기서 나오는 불만을 이렇게 분출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 비전과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김원태 교수는 “자신이 이룬 사회적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주류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청년들은 어떤 계기를 통해 정치 자체에 혐오를 갖게 된다. 자신들의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친 게 정치이기 때문”이라며 “그 상태에서 특정 세력에 대한 선동적인 정보를 접하면 거짓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젠더 갈등 영향도…다만 본질 흐리지는 말아야”
2030 남성 보수층의 결집이 1020 세대 여성들이 주축이 됐던 탄핵 찬성 집회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병훈 교수는 “젊은 여성이 주축이 됐던 탄핵 찬성 집회에서 배척된 남성들이 보수 집회 쪽으로 결집되는 모습도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2030 남성 보수 세력은 성인지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한 것 같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친여성주의적인 정치를 많이 한 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2030 남성들 중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남성 친화적 정치인인 윤 대통령을 과감하게 지지하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시점에서 젠더 갈등을 원인으로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인진 교수는 “대통령의 계엄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의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은 본질을 희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박상희 박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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