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메달이 변색·부식 등으로 품질 논란에 휩싸였지만 자사 장인 참여를 자랑했던 프랑스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파리 올림픽 메달은 LVMH(모엣 헤네시 루이비통) 그룹에 속한 럭셔리 보석 및 시계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했다”며 “금, 은, 동으로 제작돼 파리 대회에서 최고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수여된 이 메달들이 지금 변질되고 있고 LVMH는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8월 11일 파리 올림픽 폐막 후 100일도 안 돼 100명 넘는 선수가 손상된 메달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올림픽 혼계영 동메달리스트인 프랑스 국가대표 수영 선수 클레망 세키는 지난달 도색이 심하게 벗겨지고 갈라진 메달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악어가죽 같다”고 표현했다. 은메달을 딴 동료 요한 은도예-브루아르도 낡아 버린 메달 사진을 SNS에 올리며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아니라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딴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메달 품질 문제는 동메달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수들이 메달을 받은 직후부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 펜싱 선수 닉 이트킨은 동메달이 받은 지 몇 주 뒤부터 눈에 띄게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도 교체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문은 “다른 올림픽에서도 메달 교체 사례가 있었지만 대규모로 문제가 발생한 적은 드물었다”며 “특히 이번처럼 한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사과하며 교환을 약속했다.
메달 제작을 맡은 프랑스 조폐청은 바니시(광택제)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조폐청은 동메달이 녹슨 듯한 사진이 공개된 뒤 내부 조사를 벌여 결함을 발견했다. 금속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크롬 화합물을 사용하는데 유럽연합(EU) 규제에 따라 제조 공정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LVMH는 다른 기관들에 설명 책임을 떠넘기며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LVMH 대변인은 “메달 제작이나 품질에 대한 책임이 없으므로 논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LVMH는 자사 장인들이 메달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홍보했다”며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인근에 마련된 LVMH 클럽 2층에서는 쇼메 디자이너들이 메달 디자인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한 1년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작품을 선보였다”고 부연했다.
쇼메가 스포츠 메달을 디자인하기는 처음이었다. 세 가지 메달 중에서도 동메달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쇼메의 베테랑 디자이너 필립 베르가미니는 “동메달은 가장 섬세해서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수백 차례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수와 올림픽 관계자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디자이너들은 프랑스 조폐청과 협력해 제작에 착수했다. 제작부터 도금, 마감까지 약 15일이 걸렸다.
NYT는 “LVMH에 이번 올림픽은 스포츠 분야로의 본격적 진출이자 브랜드를 널리 알릴 기회였다”며 “문제의 중심이 된 메달은 ‘품질과 정밀함을 사명으로 하는 LVMH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고 논평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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