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야당 인사까지 참여하는 ‘대미협상전략팀’을 구성하고 초당적 차원에서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재협상, 한국을 건너 뛴 북·미 협상, 보편관세 부과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2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있기에는 너무 중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스몰딜’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미가 궁극적으로 비핵화가 목적임을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핵 동결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핵 및 시설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딜을 시도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평화협정 등 북한과 ‘그랜드바겐’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1기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였던 랜달 슈라이버는 트럼프 2기가 비핵화보다 더 광범한 이슈, 대북 경제지원이나 한국전쟁을 공식 종결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을 움직이려면 한·미 관계가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을 시도할까.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때 발언들, 리처드 그리넬 특임대사 임명 당시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한 것,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임명한 것 등을 볼 때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협상이 타결되면 대북 협상 시도 시점도 빨라질 것이다.”
-‘코리아 패싱’은 현실화할까.
“트럼프 스타일은 일대일 양자 협상이다. 트럼프 1기 때 싱가포르 북·미회담 직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도 한국 정부, 심지어 미국 정부 참모들과 협의없이 발표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은 핵 보유국’을 언급하는 등 북한 위상이 이전 협상 때와는 달라졌다.
“북한은 싱가포르, 하노이 협상 때보다 포지션이 강화됐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고 러시아라는 후원국이 생겼다. 훨씬 많은 요구 조건을 내걸 것이다.”
-북·미 회담에 어떤 의제가 오를 것으로 보나.
“첫 번째 가능성은 트럼프1기 하노이 협상처럼 핵 동결과 경제 제재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북한은 이에 추가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은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핵 동결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핵 및 시설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딜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이 기존에 생산한 핵무기나 단거리 미사일을 지속해서 보유하게 되는데 한국 안보에 위협으로 남게 된다.”
-‘빅딜’ 가능성도 있나.
“트럼프 1기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였던 랜달 슈라이버는 트럼프 2기가 비핵화보다 더 광범한 이슈, 대북 경제지원이나 한국전쟁을 공식 종결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 언급했다. 이때 한반도 안보 지형은 크게 변할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이것이 트럼프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결부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완전한 비핵화는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조야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정상 간 긴밀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시도되는 때의 우리 대통령은 ‘개인적 관계 설정’에 노력해야 한다. 또 한·미 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트럼프2기에서 우리가 대비할 주요 악재는 무엇인가.
“방위비 재협상 요구는 거의 확실하다. 주한미군 조정, 북·미 협상, 10~20% 보편관세 부과, 대미투자 한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문제도 걸려있다. 야당 인사까지 참여하는 ‘대미협상전략팀’을 구성해 초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있기에는 너무 중대한 문제다.”
-한국 대미외교의 방향성은.
“트럼프 특징인 ①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②예측하기 힘들며 ③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고 ④미국의 경제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며 ⑤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적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연한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고 함께 해야 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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