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늙은 아버지의 장애아들 결혼 분투기

Է:2025-01-19 18:57
ϱ
ũ

아들은 어려서부터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이해력도, 기억력도, 표현력도 부족했지만, ‘커가면서 괜찮아지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아들은 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현재 마흔 살이다. 외모상으로는 별다른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장에 취업해서 정상적으로 일하지는 못한다. 현재는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는 단순 업무에 종사하며 소소한 급여를 받고 있다.

아버지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그나마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내가 더 늙기 전에 어서 짝을 지어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벌써 아들을 돌보기에 힘이 많이 부친다.

국내에서는 짝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동남아 쪽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결혼 중개업체에 문의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아들의 상태에 맞는 외국인 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오래지 않아 결혼 중개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아들의 상태를 자세히 이야기했는데도 결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고맙고 기뻐서 어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서 아들과 함께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베트남의 한 식당에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갓 성년이 된 여자와 부모가 만나 통역인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는 아들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그래도 결혼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여자와 부모는 흔쾌히 결혼해서 아들을 잘 돌보겠다고 하였다. 한없이 기뻤다. 그렇게 아들과 여자는 1주일 뒤에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에 대한 답례로 아버지는 신부 부모에게 1000만원을 지급했다.

신랑과 신부는 베트남에서 3일 동안 함께 지냈다. 아버지가 나중에 아들에게서 들은 말로는 신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부부관계를 거부해서 첫날밤조차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신부가 약간의 한국어를 배운 후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하여 아버지는 아들과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신부는 6개월 뒤에 한국에 입국해서 비로소 아들과 신혼살림을 꾸리게 됐다.

신부는 아들과 아버지의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렸으나,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부부관계를 거부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부부관계의 요령을 가르쳤고, 신부에게도 부부관계에 응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선을 넘고 말았다. 조급한 마음에 아들 부부의 내밀한 부분을 살펴본 것이다. 이에 신혼살림을 차린 지 50일 만에 신부가 집을 나갔다.

그리고 몇 달 후, 신부가 이혼 소장을 보내왔다. 신부가 이혼을 주장하는 사유에 아버지의 선 넘은 행동, 아들의 장애가 생각보다 심각한 점, 아들의 성기가 발기되지 않아서 부부관계가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이 담겼다. 몹시 억울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이혼 조정 기일에 출석해서 신부의 이혼과 위자료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 한편으로는 이제 스무 살에 불과한 신부가 낯선 곳에 시집온 사실 자체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날 바로 신부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입금했고, 신부는 며칠 뒤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늙은 아버지는 오늘도 처량한 아들을 생각하며 속으로 눈물을 흘린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