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이가영 “꽃도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르다. 올해는 활짝 펴보도록 하겠다”

Է:2025-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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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즌 성적표는 50점 짜리
손가락 골절과 갈비뼈 부상 완쾌
쇼트 게임 보완으로 올 2승 목표

지난해 12월에 열린 KLPGA대상 시상식에서 마치 여신이 강림한 듯한 드레스를 입고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는 이가영. KLPGA

“작년에 우승이 있긴 했지만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50점짜리 시즌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부상으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대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투어 7년차가 되는 이가영(25·NH투자증권)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진한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많은 준비를 했으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한 여한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그는 작년에 총 30개 대회에 출전, 25개 대회서 컷 통과를 하면서 롯데오픈 우승 등 6차례 ‘톱10’에 입상했다. 상금 순위 16위(5억8562만8997원), 대상 포인트 순위 17위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022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런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이가영은 “우승은 잘한 일이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아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썩 드는 성적표는 아니다”며 “작년 시즌 중에 손가락 골절과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4~5개 대회는 손가락 깁스를 하고 출전했다. 당연히 기량 100% 발휘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가영은 아마추어 때 한국여자골프를 이끌 최대 우량주로 꼽혔다. 2015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를 지내며 동갑내기 최혜진(25·롯데)과 주니어 여자 골프의 쌍벽을 이뤘기 때문이다. 프로로 전향한 뒤 2018년 2부인 드림투어에서 2승을 거둬 상금랭킹 3위(8591만5534원)로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했을 때만 해도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KLPGA투어 벽은 높았다. 2022년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투어 데뷔 4년만이었다. 첫 승 전까지 22차례나 ‘톱10’ 입상이 있었다. 우승 기회도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번번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부진해 그 기회를 날려 버리곤 했다.
작년 7월 KLPGA투어 롯데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이가영. KLPGA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이가영은 “골프 선수 생활은 길다. 꽃도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르다. 주니어 시절 경쟁했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늦게 피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좀더 만회해 나가려 노력중”이라며 “좀더 발전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 아직 남은 날들이 많다. 꼭 활짝 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을 마친 뒤 혼자서 일본과 강릉 여행을 짧게 다녀왔다는 이가영은 “먹방 투어하고 왔다. 매운 갈비찜, 태국 음식, 샤브샤브 등 두루두루 다 잘먹는다. 그 중에서도 맛있는 건 특히 더 잘 먹는다”고 웃으며 “후배 여자 프로와 일본을 함께 가기로 했는데 후배가 공항에서 갑자기 몸이 안좋아 귀가하는 바람에 혼자 다녀왔다. 일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시즌을 마친 뒤 꾸준히 웨이트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가영은 오는 19일 태국 파타야로 한 달간 전지 훈련을 떠난다. 그는 “체력 훈련과 쇼트 게임, 그 중에서도 퍼트와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집중적으로 연마할 생각이다. 물론 드라이버 비거리도 좀 더 늘릴 생각”이라며 “실전 감각은 3개의 시암코스를 번갈아 라운드하는 것으로 유지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그의 올해 목표는 뭘까. 이가영은 “전체적인 샷지수 능력이 높아지는 게 목표”라며 “상하반기에 각각 1승씩 2승을 거둔다면 만족할 것 같다.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가영은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중인 김세영(31)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김하늘(36), 그리고 현재도 적잖은 나이에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신지애(36)다.

이가영은 “세 언니들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인 때는 몰랐는데 작년에 부상당하고 나서 체력적인 부문 유지하면서 뛴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뒤 “자기관리 잘하면서 나이 들어서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도 언니들을 닮고 싶다”고 했다.
이가영의 컴퓨터 아이언샷. KLPGA

이가영의 롤 모델인 3명의 언니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미혼이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는 “결혼은 아직 한참 뒤 일이다. 결혼 생각은 아직은 없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아마도 31~33살 쯤에는 할 것 같다”라며 “당분간은 골프와 진한 연애만 할 생각이다. 이상형은 배울 점이 많고 듬직한 사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이가영은 투어에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대표적 선수 중 한 명이다. 2021년에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팬클럽 ‘가영동화’는 이가영의 가장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그는 “잘하나 못하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다들 은퇴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면 좋겠다고 한다”라며 “지금까지 응원과 지지해주신 만큼 더 노력해서 같이 더 좋은 결과, 성과 느끼면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힘든 투어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의 근원은 또 있다. 다름아닌 반려견 천둥이다. 실버 푸들종인 천둥이는 이가영이 2018년 2부 투어 데뷔 때 입양했다. 그는 “투어 생활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힘이 많이 된다”라며 “우승할 때마다 천둥이가 곁에 있었다. 그 정도로 투어를 같이 다닐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가영은 다행히도 작년에 당했던 부상 부위가 다 나은 상태다. 운동 치료와 살을 조금 더 찌우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그런 그가 올해는 앞선 6년간의 투어 생활과는 다른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후회하지 말자,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있게 하자’라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다는 이가영이 2025년 을사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길 응원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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