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의 귀재’ 장진 감독이 2015년 처음 선보였던 연극 ‘꽃의 비밀’이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2월 8일 개막하는 ‘꽃의 비밀’(~5월 11일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주부 4명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은 이후 2016년과 2017년 앙코르 공연과 전국 순회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2019년 일본과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한 뒤 서울에서 다시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장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꽃의 비밀’이 초연된 지 10년이나 됐다. 예전에 공연이 잘 됐다고 해서 이번에도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코미디는 희한한 게 관객들의 웃음이 짧은 시간에도 과격하게 바뀌기도 한다”면서 “이번에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해 새로운 웃음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초연 같은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가벼운 코미디 연극을 올리는 것에 대해 “좋은 코미디는 어떤 장르보다도 시대를 아울러야 한다. 나와 정치적, 사회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작품을 보며 웃는다면 알게 모르게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게 바로 요즘 같은 시대에 코미디를 하는 이유와 마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올해는 장 감독이 극작가 겸 연출가로 데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는 1995년 희곡 ‘천호동 구사거리’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정식 작가로 등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자신이 쓰고 연출한 연극 ‘허탕’과 ‘서툰 사람들’이 인기를 끌면서 20대 중반에 연극계 스타로 등극했다. 그런가 하면 1998년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그는 영화계에서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하지만 확고한 마니아층을 가진 코미디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 감독은 2010년대 들어 ‘퀴즈왕’(2010), ‘로맨틱 헤븐’(2011),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이상 2014) 등 영화와 함께 처음 도전한 뮤지컬 ‘디셈버’(2013)까지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런 장 감독이 다시 재기에 성공한 작품이 바로 2015년 연극 ‘꽃의 비밀’이었다. 다만 그는 2016년 연극 ‘얼음’ 이후엔 영화나 연극에서 신작을 내는 대신 JTBC 추리 예능 ‘크라임씬’ 시리즈에 고정 출연하는 등 방송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작 소식을 묻자 “지금 쓰고 있는 대본이 있다. 아마 연극으로 먼저 선보이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랜만에 대학로에 돌아온 장 감독이 선보이는 ‘꽃의 비밀’에는 인기 여배우들이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으로 대거 모였다. 보험 작전을 주도하는 왕언니 소피아 역에는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 술을 사랑하는 자스민 역에 장영남 이엘 조연진, 뛰어난 미모의 모니카 역에는 이연희 안소희 조연진, 무엇이든 잘 고치는 막내 지나 역에는 김슬기 박지예가 캐스팅됐다. 여기에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에 조재윤 김대령 최영준, 보험공단 간호사 산드라 역에 정서우 전윤민이 각각 출연한다.
과거 장진 사단으로 꼽혔던 배우 장영남은 “장진 감독과 오랜만에 연극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또 평소에 흠모하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연극 데뷔 무대인 공승연은 “첫 연극 도전이라 두려웠지만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줘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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