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83세인 유광자 할머니는 매일 아침이면 ‘노치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치원은 ‘노인유치원’의 줄임말이다.

노인들이 낮에 돌봄 서비스를 받고,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주간 보호센터가 노치원이다. “여기 오려고 더 건강 관리를 하게 돼요.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나면 하루가 정말 즐거워요.” “건강과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죠.”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자리한 ‘청춘학당 노인주간보호센터’로 노인들을 태운 차량이 도착했다.

등원한 노인들은 열 체크, 혈압 측정 등으로 건강 상태부터 점검했다. 오전에는 건강 체조, 점심 후에는 안마의자로 피로를 풀었다.

이어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활기를 더했다. 매월 열리는 생일잔치는 하이라이트다.

축하 노래와 음식으로 가득한 생일 파티는 마치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떠올리게 한다.




노치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의 고립감을 줄이고, 보호자가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저출생·고령화로 유치원이 노치원으로 바뀌는 사례가 는다.

한때 어린이집이었던 경남 창원의 ‘목련주간보호센터’가 그렇다. 2018년 폐원한 뒤에 노치원으로 탈바꿈했다. 강모(96) 할아버지는 목련주간보호센터 ‘원생’이다. 외손주 3명이 다녔던 어린이집은 이제 강 할아버지를 비롯한 노인들의 배움터로 변신했다.

아직도 센터 출입문 옆에는 어린이집이었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원생들의 이름과 장래희망을 적은 손바닥만 한 타일 41개에는 가수, 화가, 군인 등 다양한 꿈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은 산책로로 재탄생했다.

유치원의 장난감과 물건들은 노인들 교육 도구로 변했고,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미숙 목련주간보호센터 원장은 “어린이를 돌보던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다. 학생은 바뀌었지만, 보호와 보살핌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아산·창원=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