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교회 거닐며 기도와 쉼 누려볼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의 800m 고지 언덕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한 장소가 있다. 그 유명한 양떼목장도, 새로 문을 연 카페나 드라마 촬영지도 아니다. 동글동글 돌로 지어진 한 작은 교회다.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를 빠져나간 순간 햇빛 아래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반짝이는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료도 없는 언덕은 아이들은 눈부신 설원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고, 커플들은 영화 같은 풍경을 품고 있는 교회를 배경으로 추억 사진을 담느라 바빴다. 영락없는 핫플레이스 모습이었지만, 땅에 새겨진 ‘실버벨교회’라는 글자가 이곳이 교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역의 작고 아담한 교회들이 쉼과 추억 순간을 선사하는 특별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각각의 사연을 품고 세워진 교회들은 마을의 테마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아 신앙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예배당을 경험할 기회와 따스함을 전하고 있다.



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된 실버벨교회는 최근 평창군을 대표하는 사진 명소이자 힐링 장소로 주목받으며 SNS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교회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는 철길이 시작하기 전 작은 동물 농장의 알파카, 양, 당나귀가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어 철길을 따라 오르면 끝자락 신호등에 ‘멈춤, 감사’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잠시나마 바쁜 걸음이 늦춰지고 평온한 설원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만난 한지수(27)씨는 “교회를 다니진 않지만 블로그에서 보고 부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너무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서 어디서 찍어도 멋진 인생샷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교회라 그런지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버벨교회의 특별함은 외관에만 있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간 예배당엔 난로의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담임 목사도, 이름을 앞세운 주인도 없는 공간이지만 누군가 계속해서 장작을 때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교회를 세운 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한 기업 대표회장인 설립자는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교회 비석에만 “이 예배당은 부모님의 바람으로 세워졌으며 이곳에서 주님의 감사함과 예배를 통해 많은 분이 주님의 축복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적어놨다.



예배당 내부엔 정면의 십자가를 향해 40여명이 앉아 기도할 수 있는 긴 나무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강대상과 피아노도 갖춰져 있어 누구나 언제든 원하면 자유롭게 예배드리고 쉼을 얻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예쁜 교회 보러 왔다가 사람들이 쉼을 누리고 교회와 예수님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버벨교회에서 약 19㎞ 떨어진 평창군 용평면에 있는 상희네플러스교회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9년 수지산성교회(황규식 목사) 성도들이 세운 기독교 공동체 마을 ‘드림힐빌리지’ 안에 자리한 이 교회는 13평 규모로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주변 경관 덕분에 ‘스몰 웨딩’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전남식 장로는 “교회가 복지 목회를 위해 평창군 속사 IC옆에 산과 밭은 매입하고 어떻게 하면 영동고속도로를 통과하는 많은 사람에게 예수님을 알릴 수 있을까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합병증으로 소천을 앞둔 임상희 권사가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전 재산 1800만원을 하나님께 헌금했고 성도들이 그 뜻에 동참하면서 ‘상희네플러스교회’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스몰웨딩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품을 마련해두고 공간도 무료로 제공한다. 최근엔 청년뿐 아니라 부모 세대의 리마인드 웨딩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교회 첨탑 뒤로 물드는 노을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전 장로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예수님을 떠올리길 바란다”며 “스몰 웨딩을 위한 아치와 꽃길을 준비했으니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에 자리한 멍때림채플은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걸작 ‘라 투레트 수도원’과 닮은 데가 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어진 건물 속 색색의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압권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 채플 내부 측면에 초록빛 스테인드글라스 12개를 설치한 창은 자연광을 만나 계절마다 다른 빛깔을 선사한다. 전면엔 통창을 설치해 인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멍때림채플은 카페와 도서관, 갤러리 등이 속한 ‘기독교 문화공간 멍때림’에 속한 공간이다. ‘현대인을 위한 치유와 회복, 구원의 공간’을 목표로 임재훈 인천 산곡교회 원로목사가 2020년 설립했다.


이 목표에 맞게 ‘도서관 별관’에는 마음 치유에 대한 책이 1000여권 갖춰져 있다. 기독교 관련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별관’은 그림 등을 감상하며 조용히 묵상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산과 바다 전망 맛집으로 통하는 이곳 카페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촬영지로도 입소문을 타면서 덩달아 채플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멍때림카페’ ‘#멍때림채플’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3000여개에 달한다.


핫플이지만 채플인 이곳에선 매주 일요일 오전 9시30분과 11시 주일 예배도 열린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을 위한 예배로 따로 교인 등록은 받지 않는다.

지옥정 운영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영리 목적이 아닌 현대인의 치유를 목적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며 “누구든 편히 와서 회복과 위로를 얻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마을 북쪽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해금강 계룡산 몽돌해변 지심도 등과 함께 거제8경으로 꼽힌다. 언덕 위에 오르면 이국적인 모습의 풍차 옆으로 한적한 포구와 바둑알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연간 1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순환 버스에서 내려 언덕으로 향하는 해안 산책로 입구엔 가로 3m 세로 2m 높이 2m의 작은 배 한 척이 놓여있다.


배의 이름은 ‘후에버(WHOEVER)’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은 1평(3.3㎡)짜리 예배당이다. 노란색 작은 창문들이 달린 선체엔 배 이름과 함께 ‘누군가 널 위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예배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나의 소중함’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후에버를 설치한 사람은 도장포마을에서 사역 중인 이종진 해금강교회 목사다. 이 목사는 10일 “‘바람의 언덕’을 찾는 수백만명 중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4시간 내내 찬양이 흘러나오는 후에버의 내부는 실제 조타실의 모습과 같이 꾸며졌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타륜, 한 권의 성경책이 눈에 띈다. 천장 벽면에 부착된 LED 패널에선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등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구와 주요 성경 구절이 흐른다.


후에버 교회 인근에는 2018년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세운 순례자의교회가 있다. 순례자의교회는 수령 300~400년 된 동백나무 숲 앞에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면 십자가가 보이고 잔잔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두 사람이 앉아 성경을 읽고 기도할 수 있도록 방석이 마련돼있다. 이곳은 ‘별 그대 동백나무 숲길’이라고도 불리는데, 2013년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알려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순례자의교회 뒤편에는 야곱의 우물과 시에서 조성한 1평 규모의 동백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백미술관 외관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을 모자이크로 표현한 열린 공간이다. 야곱의 우물에는 요한복음 4장 13절 말씀과 함께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1평 규모의 후에버교회와 순례자의교회를 방문한 뒤 야곱의 우물과 인근 동백미술관까지 차례로 둘러볼 수 있는 코스가 마련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힐링과 영적 묵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 목사는 “사람들이 놀이기구나 전시물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잠시 묵상을 하곤 하는데 ‘마음에 평안함을 얻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후에버가 사람을 낚고 영혼을 살리는 베드로와 같은 배가 돼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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