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이순재(91)가 KBS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을 받았다. 그로서는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첫 연기대상 수상이다.
이순재는 지난 11일 오후 녹화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후배 김용건, 최수종 등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순재는 “KBS가 대한민국 방송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으로 많은 작품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늘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여러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던 그는 “(미국 아카데미는) 60세 먹어도 잘하면 상을 준다”며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이순재는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학생들 한 명 한 명 다 지도한다”며 “작품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연습해 기말에 발표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맞더라.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염려 마시라. 가르쳐 주신 대로 만들어내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오늘의 결과가 온 것 같다”며 울컥했다.
끝으로 이순재는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934년생인 이순재는 현재 활동 중인 최고령 배우 중 한 명이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와 연극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공연 중이던 연극을 전면 취소하고 3개월간 휴식을 취하겠다고 발표해 우려를 낳았다.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순재는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후배 배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으나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후배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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