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3주기를 앞두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HDC)에 대한 행정처분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유족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9일 광주 서구와 유가족 협의회 등에 따르면 2022년 1월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이후 시공사 HDC에 대한 서울시 행정조치가 ‘법적 소송’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11개월간 지속된 경찰의 광범위한 수사결과 화정아이파크 붕괴원인은 불법적 공법 변경과 안전관리 부실로 규명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는 2022년 3월 붕괴사고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HDC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일으킨 동아건설 이후 28년 만에 시공사를 상대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등록말소 처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총체적 인재로 결론을 내린 국토부가 이례적으로 건설업 면허 취소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내리도록 법적·행정적 절차를 해당 지자체에 직접 주문한 셈이다.
국토부는 당시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10호에 따라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붕괴사고 3주기를 코앞에 둔 현재까지 처분을 미루고 있다. ‘사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1심 소송 선고 결과’가 나온 뒤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붕괴참사 주된 원인으로 꼽힌 201동 옥상 동바리(지지대) 해체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둘러싸고 HDC와 하청업체인 가현건설 등이 소송을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DC의 실질적 과실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따른 최종 처분 수위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성규 서울시 건설혁신담당관실 건설업관리팀장은 “그동안 30여차례 진행된 재판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고 2차례 전문가 청문을 거쳤지만 동바리 철거 등 중대한 과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재판 결과 동바리 철거를 HDC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등록말소도 검토할 수 있지만 하청업체가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면 수개월 영업정지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DC 현장소장 등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자들은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은 데 이어 오는 20일 재판부 선고 재판을 받는다.
그동안 재판 과정을 주시해온 서울시는 1심 선고 결과를 토대로 행정처분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법령검토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당사자인 HDC는 붕괴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하고 공사현장 근로자 안전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HDC는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6개월여 전인 2021년 6월에도 광주화정아이파크와 불과 6~7㎞ 떨어진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원청사로서 철거하던 5층 건물 붕괴사고를 유발했다.
이 사고로 철거건물 잔해가 버스 승강장을 덮치면서 때마침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유족들은 “HDC와 서울시가 행정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참사를 유발한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시민들은 “대한축구협회장을 겸직 중인 HDC 정몽규 회장이 축구종합센터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막연한 이유로 재벌 기업에 대한 행정처분이 무작정 늦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다”는 분위기다.
사회·시민단체들도 “참사 발생 후 3년이라는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HDC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건설현장의 소홀한 안전관리를 방치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서울시에 신속한 행정처분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3주기 추모식은 8개 동 지상 주거 층에 대한 해체공사를 17개월여 만에 마무리하고 재시공을 추진 중인 2단지에서 오는 11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지난 2022년 1월 11일 광주 유스퀘어(버스터미널)와 인접한 화정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이던 201동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 등이 동시에 무너져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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