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넘어섰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CEO의 “삼성·SK가 그래픽메모리 만드는 회사인 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단한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내 SK 부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오늘 황 CEO를 만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추월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황 CEO를 만나) 실무진이 정해놓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량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보다 중요한 건, 그전까지는 SK하이닉스의 개발속도가 엔비디아 개발속도보다 뒤처져 있어서 더 빨리 개발을 해달라는 게 상대방의 요구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희 개발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조금 넘고 있다. 물론 이게 언제 뒤집힐지는 모르지만 역전의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CES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황 CEO의 “삼성과 SK가 그래픽메모리 만드는 회사인 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황 CEO가 강조하고 있는 이야기는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이나 GPU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컴퓨팅을 다루는 회사’였다”며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그 안에서 칩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다는 걸 모두 외우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대단한 이슈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황 CEO와 ‘피지컬 AI’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황 CEO는 지난 6일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출시한다고 공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노하우가 많이 남아있다. 황 CEO도 원하는 게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피지컬 AI의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이라며 “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건 정하진 않았지만, 좀 더 논의해보자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를 SK그룹의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가 새롭게 하고 있는 건 AI 데이터 센터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산업화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3년 연속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최 회장은 올해 CES에 대해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 안에 AI가 들어가는 게 일상화되고 상식화되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AI는 좋든 싫든 해야만 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조선·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 약화된다”며 “우리가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남한테 영원히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50분가량 SK 부스와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봤다. 최 회장은 SK 부스를 돌던 중 전시된 SKC의 글라스기판 모형을 들어 보이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하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동한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나 함께 투어를 진행했다.
라스베이거스=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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