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연일 정계 개편을 화두로 던지고 나섰다.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대연정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란 성적표를 받은 뒤 예산안 처리 등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시바 총리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일 한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여야 주요 정당의 ‘대연정’에 대해 “선택지로는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 대연정을 모색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대연정이 대정익찬회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대정익찬회는 일본 제국 당시 군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한 파시즘 정당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도 같은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중의원 소선거구제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연정의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현재의 선거제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대연정이라는 방향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며 “(공명당이) 합의 형성의 구심점이 되어 노력해 나가고 싶다. 결과적으로 대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합의 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말 올해 7월 참의원 통상 선거에 맞춰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 TV 프로그램에서 내년 중·참의원 동시선거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예산, 법률에 대해 국회가 ‘안 된다’고 하면 국민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헌법의 구조”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자 다음 날 “해산을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시바 총리가 연일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이시바 총리와 자민당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자민당은 2012년 재집권한 뒤 단독으로 절대안정다수 의석(261석)을 유지하며 독주해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선거에서 절대안정다수 의석은 고사하고 과반(233석)에도 미달하는 191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에 모자랐다.
자민당은 이로 인해 지난달 추경 편성 과정에서 야권에 끌려다니는 처지가 됐다. 관례적으로 3월 말 확정됐던 예산안을 둘러싼 논의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野 거물 “야권 책임 자각해야” 선명성 강조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대연정’을 실현에 옮기더라도 야권이 협조할진 미지수다. 야권의 거물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의원은 예산안 심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활용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사저에서 신년회를 열고 “지난 선거 결과는 자민당에 대한 불신임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야권은 자민당이 조그마한 요구만 수용해도 기뻐한다. 도대체 무엇을 얻어냈냐”고 일갈했다.
이어 “하찮은 선물을 받고 만족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기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없다”며 “야권에서 국민이 어떤 사명을 맡겼는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연정은 2007년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민주당 대표였던 오자와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중의원은 자민당이 장악했지만, 참의원(상원) 다수당은 민주당이었다. 야권 협조 없이 정책 추진이 어렵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결국 대연정이 무산된 뒤 자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정권을 내준 바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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