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라고 규정한 지 1년이 됐다. 북한은 올 한해 노골적인 대남 적대 정책을 펼쳐왔고 앞으로도 헌법 개정, 주민 대상 대남 적대 정책 교육 등의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면 남한이 패싱되는 이른바 ‘통미배남’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분단 이후 줄곧 한민족을 외쳐왔던 북한이 80여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두 국가 발언 이후 1년이 흐르는 동안 북한은 남한과의 단절 정책에 열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4일 열린 14기 10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를 폐지했다. 또 평양 지하철역에서 ‘통일역’의 이름을 모란봉역으로 바꿨으며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시절 남북이 맺은 7·4 공동성명을 기념하기 위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철거했다.
남한을 겨냥한 군사도발도 이어갔다. 새해부터 서해에서 포격 도발에 나선 북한은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방사포 등으로 서울을 겨냥했다. 5월에는 군사정찰위성 발사, 오물풍선 살포 등 다양한 형태로 도발에 나섰다. 남북 화합의 상징인 동해선·경의선 연결도로와 철도 일부도 폭파했고 최근에는 접경지역에 방벽까지 쌓았다.
북한은 다음 달 22일 열릴 예정인 12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예고했다. 적대적 두 국가 규정에 따른 일부 조문 수정이 예상된다. 또 1년 내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대남 적대 정책에 대한 주민 사상교육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변수는 남한의 정치적 상황이지만 한반도 상황은 일시적인 변수일 뿐 큰 흐름에서 북한이 대남 적대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상태로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면 남측을 완전히 배제하려 들 거라는 점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면 코리아 패싱은 필연”이라며 “남측이 배제된 상황에서 북·미의 이해관계에만 맞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게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며 “대남 무시 전략, 대남 무상종 전략 등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북·미 대화가 이뤄지면 상당 기간 남측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대외 메시지를 자제하고 내부 다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전원회의가 끝난 지난 28일 신포양식소를 찾아 준공식에 참석해 “자력갱생, 자생자결을 빈말로 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결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똑똑히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과 11월에도 신포양식소를 찾는 등 올해만 세 번이나 방문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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