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시신 수습을 애타게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현장에 위로와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시민이 인근 카페에 선결제를 하거나 지역봉사단체가 유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안유성 셰프도 김밥 200줄을 준비해 현장을 방문했다.
안 셰프는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희생자들이) 우리 가족과 연결돼 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며 “저와 방송을 함께 했던 PD도 유명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일식 요리사인 그는 광주광역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참사 사망자의 대부분은 전남·광주 지역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 셰프는 “촬영(일정)이 있었지만 직원들과 함께 김밥을 싸서 나오게 됐다”며 김밥 200인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무안공항 2층 4번 게이트 인근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됐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해당 점주에게 아메리카노 100잔과 카페라테 100잔을 선결제 했다고 한다. 이용하는 유족은 많지 않았지만, 일부는 카페에 방문해 음료를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무안공항 관리동 2층 구내식당에서는 유족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위해 무료 배식이 이뤄졌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자들이 죽과 국, 밥, 반찬을 준비한 것이다. 무안공항과 관리동 사이 주차장에는 미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도시락 배식 봉사도 펼쳐졌다.
전날 참사 소식을 접한 무안군 자원봉사센터 등 지역봉사자 1000여명은 떡국을 만들어 나줘주기도 했다. 삼육지역사회봉사회 호남지역본부 봉사자들은 귤과 빵, 음료 등 간식을 카트에 싣고 희생자 가족이 머무는 텐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한 봉지씩 손에 쥐어줬다. 물과 두유, 컵라면, 김밥 등 허기를 달랠 먹거리부터 담요와 핫팩 등 추위를 덜어줄 방한용품까지 다양한 물품 후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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