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이후 SNS에 윤석열 대통령의 ‘발포 지시’를 풍자한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8분쯤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부치&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윤&한”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1969년 개봉한 영화로 미국 서부에서 은행강도단을 이끌었던 부치와 선댄스가 볼리비아로 도망간 내용을 다룬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직접 일선 지휘관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게시물은 무안공항 사고 발생 약 1시간 뒤에 게시됐다. 이 대표는 게시물에 일부 비판 댓글이 달리자 곧바로 삭제했다. 여권에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게시글을 올리며 “소중한 국민 생명 앞에서 국민의힘이 어디 있고 민주당이 어디 있나. 한동훈이 어디 있고, 이재명이 어디 있나. 우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면서 “(이 대표가) 빨리 글을 내리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1당인 민주당의 대표고, 대선 후보 1위로 달리는 분이 국민과 안전에 아무 생각이 없다”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논란과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고 발생과 글 게시) 시차의 문제”라며 “그것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해석) 하는 것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9시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181명 중 2명만 구조된 상태로 현재까지 사망자 124명이 수습됐다.
한편 이 대표는 무안에 있는 전남도당에 마련한 상황본부로 이동해 직접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 지원 방안을 챙기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사고 대책위원장은 주철현 최고위원이 맡고 상황본부와 사고 수습 지원단, 유족 지원단 등 3개의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사고 수습을 고려해 무안 공항 현장은 당장 방문하지 않고 추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전남도당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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