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방화에 전신화상”…동료 위해 나선 해군 전우들

Է:2024-12-17 16:07
:2024-12-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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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고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B씨. 오른쪽은 같은 화재로 손에 2도 화상을 입은 B씨의 형 A씨. A씨가 B씨에게 물을 먹여주고 있다. A씨와 B씨 어머니 제공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20대 남성을 위해 해군 전우들이 나섰다. 한 복지재단과 손잡고 치료비를 모금 중인 이들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했던 저희의 동료를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26분쯤 포항 북구 두호동의 13층짜리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60대 손모씨가 사망하고, 큰아들 A씨(24)와 둘째 B씨(21)가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손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B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A씨는 상태가 많이 호전돼 다음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A씨는 “동생과 제가 잠든 사이 아버지가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 진술을 토대로 손씨의 방화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장 감식 결과가 약 한 달 뒤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별개로 A씨 가족의 삶은 처참히 무너진 상태다. 동생 B씨는 병원 이송 당시 회복 가능성이 5% 미만이라고 했을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각했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피부 세포를 배양해 이식하는 ‘자가배양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한데, 이 수술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A씨는 “동생의 1차 수술 및 치료비로만 약 5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곤경에 처한 이들 가족의 소식은 B씨가 올해 여름 전역한 해군 홍보대 전우들에게도 전해졌다. 전우 15여명은 B씨를 돕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개인계좌로는 1000만원 이상의 모금 활동이 금지되는 기부금품법에 따라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베스티안 재단에서 개설한 해피빈 후원 계좌를 통해 모금이 이뤄지고 있으며, 목표액(1000만원)을 달성하는 대로 또 다른 모금처를 찾을 예정이다.

모금 활동에 동참한 전우 중 한 명인 권모(25)씨는 B씨를 “항상 밝게 웃고, 배려심이 넘쳤던 친구”라고 기억했다. 대학에서 색소폰을 전공한 B씨는 남다른 연주 실력과 따스한 성품 때문에 동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권씨는 “무대 위에서 유쾌하게 연주하던 B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제가 먼저 전역하던 날 ‘밖에서 꼭 만나서 식사라도 하자’고 약속했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B씨는 어릴 적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색소폰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색소폰을 접하게 된 그는 음악콩쿠르 수상 경력도 있는 실력자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 대학에 복학했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졌다. 그래도 B씨는 큰 고비를 넘긴 뒤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담당 의사 선생님도 B씨에게 ‘의지의 사나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며 “지금은 간단한 대답도 하고 미음도 먹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B씨는 오는 20일 자가배양피부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본인도 다쳤으면서 동생을 살뜰히 간호하고 있는 A씨는 “이 수술을 받아야 생존율이 올라간다고 한다.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울먹였다. A씨와 B씨의 모친은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아이를 살려주신 거나 다름이 없다”며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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