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철강과 에너지 기업들은 자사 캐릭터를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에쓰오일은 ‘구도일’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노란색 기름 한 방울 모양의 구도일은 2012년 탄생한 이후 13년째 에쓰오일의 광고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상대적으로 낮았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구도일은 TV 광고뿐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역과 부산역에 ‘구도일 트리’를 설치해 브랜드 홍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철강업계도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하얀색 곰 캐릭터 ‘포석호’를, 현대제철은 쇳물을 형상화한 ‘용강이’를 활용해 자사 이미지를 친근하게 알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철강업계를 보수적이고 무겁게 여기는 MZ세대의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용강이를 활용해 스티커, 키링, 마우스패드, 마그넷, 담요 등 실용적인 상품을 개발했으며, 포스코는 ‘2025 포석호 시즌그리팅’을 기획해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캐릭터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1898년 탄생한 미쉐린 타이어의 ‘미쉐린맨’이 꼽힌다. 하얗고 올록볼록한 모습의 미쉐린맨은 타이어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단순히 브랜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를 넘어 미쉐린의 품질과 신뢰성을 상징하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캐릭터 마케팅이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데 10억~20억 원의 개런티가 필요했고, 모델이 논란에 휘말리면 브랜드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했다”며 “반면 캐릭터는 한 번 제작해두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 마케팅이 기업과 대중을 연결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미쉐린맨은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도 캐릭터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산업이 거칠거나 경직될수록 캐릭터를 활용해 소비자와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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