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손·발톱 깎아드린 사장님이 받은 더 큰 선물 [아살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대체로 성숙해진다는 뜻이지만, 어떤 면에서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 신체 많은 기관이 젊은 시절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해왔던 일상마저도 불편해지니 말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사라지는 한 어르신의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지만, 친절하게 해결해 준 젊은이의 모습에 많은 네티즌이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행을 베푼 여성은 오히려 자신이 더 큰 사랑을 받았음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세대와 나이 차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는 경기도 평촌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이소영(40)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10월 중순 처음 올라왔습니다.

이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할아버지가 처음 네일샵을 방문했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손톱을 깎아 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고 해요. 당시 다른 손님을 맡고 있던 이씨는 ‘지금은 어렵고 내일 다시 와주실 수 있느냐’고 답했고, 할아버지는 ‘알았다’고 하시며 가게를 나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할아버지가 가게를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그날은 할아버지가 네일샵 건물에 있는 목욕탕에 다시 오신 날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났습니다. 이씨는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을 보면 애틋한 마음에 울컥할 때가 많다고 하는데요. 할아버지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손이 떨려서 손톱을 자르는데 상처가 많이 난다”며 손톱 소제를 부탁하셨답니다. 처음 받아보는 요청이었지만, 자신이 잘하는 일이니 선뜻 할아버지의 손톱을 잘라드렸답니다. 3~4분 정도의 짧은 작업 시간이었기에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가게 월세를 걱정하며 5000원을 내밀었습니다. 이씨는 “그럼 다음에 2번 더 깎아 드리겠다”고 웃었습니다.


훈훈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이씨가 휴대전화로 녹화했기에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의 한쪽 손톱을 깎아드렸을 땐 미처 카메라를 켜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저에게 베풀어준 따뜻한 말들이 요즘 저에게 너무 필요했고, 나중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늦게 카메라에 담았다”고 전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 3차례 더 만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목욕탕에 들르시고 가게 앞을 지나칠 때 이씨가 할아버지를 가게로 모시기도 했다고 해요.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할아버지가 93세이며, 6·25 참전 용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씨는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주셨기에 우리가 이렇게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해요.


할아버지는 이후 2차례 손톱과 발톱을 정리하면서도 매번 월세를 걱정하시며 만 원짜리 지폐를 놓고 가셨다고 해요. 어떤 날엔 할아버지가 갓 구운 빵을 가져오시기도 했고요. 이씨는 그 마음이 감사해 지인에게 받은 떡을 나눠드렸고요. 선물을 받은 할아버지가 “그러면 내가 주나마나인데…”라며 머쓱 해하자 이씨는 “할아버지가 주신 게 더 좋은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나 돈을 안 받겠다고 해도 ‘왜 이렇게 손님이 없냐’면서 매번 만원을 놓고 가신다. 제가 한 일이 너무 약소하기에 돈을 안 받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웃었습니다.

그는 “너무 잘한다” “예쁘게 잘 됐다” “살다 보니 내가 이런 호강을 다 한다”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말을 혼자 보기 아까워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고, 영상에 많게는 200만 재생수를 기록했습니다. 70만, 100만 재생수를 기록한 영상도 있고요. 이씨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의 후손들이 단 응원 댓글 등을 할아버지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할아버지가 혹시 어려운 형편이시라면 돕고 싶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상당했다고 해요. 이씨는 “다행히 할아버지가 어려운 형편은 아니시라고 하셔서 그런 마음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누군가를 도우면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게 된다’는 말에 큰 공감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각박했던 시기였는데 할아버지가 저에게 보내주시는 눈빛,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게 큰 사랑으로 다가왔어요. 이 건물에 네일샵이 5곳이나 되거든요. 다른 데 안 가시고 어떻게 우리 가게에 오셨느냐고 할아버지께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네일샵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할아버지는 사랑이 필요한 저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요. (웃음)”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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