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8년 만이다. 정치적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원로들은 성도와 교회가 지녀야 할 자세를 조언했다. 혼란의 정국 앞에서 원로들은 성도와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치의 원칙 세워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탄핵 정국을 법치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의 잘못은 곧 유권자의 잘못이다. 유권자가 이념과 지역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공의롭고 정직한 지도자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계엄령 같은 극단적 조치가 더는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드러낸 사례”라며 “앞으로 교회가 법치와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신자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국 이후 대한민국에 정치적 혼란이 없던 적은 없었다”면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온 것은 어느 정치인의 손길 덕이 아니라 국민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번 혼란도 국민이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임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아갈 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기도야말로 지금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국민을 대신해 제사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며 “죄와 허물을 끌어안고 교회의 부족함을 먼저 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이웃 사랑과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며 약자를 돌볼 때 교회가 사회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계엄은 나라가 망할 때나 하는 일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이번 사태는 뼈아픈 일이었다”며 “한국사회의 불안정성을 더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홍 목사는 극단적 대립을 경계하며 “좌우 어느 한쪽만으로는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갈등을 넘어 화합과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와 사회적 혼란이 국민에게 큰 어려움을 줄 것을 우려했다. 홍 목사는 “경제적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혼란이 더해지면 국민이 기댈 곳을 찾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럴 때 교회는 사람들의 심령을 붙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엄-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처럼 통일도 예기치 않은 시점에 찾아올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통일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다”며 “교회는 이를 대비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준비도 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정치 세력화 반성해야”
캠퍼스 학생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이승장 목사(전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기독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계엄을 두둔하는 일부 목회자와 기도회 등은 교회를 무도한 정권의 시녀로 보이게 했다”며 “윤석열을 지지했던 교회 지도자들은 국민과 교인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정치 세력화를 경계하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교회는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고 복음을 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정치적 극단주의에 치우친 교회는 본질을 잃게 되고 결국 사회적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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