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뛰어난 외모와 생동하는 젊음,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아름다움에 대중은 환호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그의 이름과 함께 박힌 찬란하던 별은 시간이 지나며 곳곳이 갈라지고 빛도 바란다. 그나마 부지하고 있던 아침 에어로빅 쇼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마저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잃어버렸다. 그때 ‘더 나은 버전의 나’로 재탄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기회를 잡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지만, 매체 속 여성의 이미지는 그 아름다움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여성 연예인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상품성의 박탈, 일자리의 상실과 동의어로 읽혀왔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서브스턴스’는 이런 사회에 아름다움이란 가치 추구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약물 ‘서브스턴스’의 홍보 문구에 엘리자베스는 정체 모를 활성제를 맞고, 어리고 탱글탱글한 피부를 가진 수(마가렛 퀄리)가 태어난다. 물론 수의 본체는 엘리자베스이기 때문에 일주일은 수로, 일주일은 다시 엘리자베스로 살아야 한다.
영화는 수의 탱글탱글한 피부와 몸매, 아름다움을 과장해서 카메라 안에 담아낸다. 이는 관음적 시선이 아닌 젊음과 아름다움의 기괴한 추락을 보여줄 영화의 결말을 대비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복선이다.

젊어진 몸으로 다시금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수는 일주일 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끊임없이 척수를 빼낸다. 그럴수록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일부가 급격하게 노화하고, 몸은 점점 기괴하게 변형돼간다.
수가 엘리자베스를 잠식해가는 걸 알고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의 사용을 중단하려 하지만, 이미 기괴하게 늙어버린 자신과 대비되는 반짝거리는 수를 보며 결국 중단을 포기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 잣대와 시선이 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무서운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점점 징그러운 괴물이 돼가는 엘리자베스는 영화 후반부로 달려가며 히스테리를 폭발시키고, 결말에 이르는 30여분은 숨쉬기도 버거울 만큼의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수를 보길 기대하며 객석에 앉아있던 대중에게 괴물이 된 엘리자베스가 피를 흩뿌리는 장면은 뒤틀린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폭격처럼 보인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는 데미 무어와 겹쳐 보인다. 무어는 영화 ‘사랑과 영혼’(1991)으로 만인의 연인이 됐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빛이 바랬다. 그의 사생활 관련 가십이 타블로이드에 오르내렸고, 흥행 배우의 명성도 사라졌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엘리자베스에 캐스팅되기 위해 코랄리 파르자 감독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건넨 무어의 모습을 맞춰볼 때야 비로소 완성된다.
데미 무어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의 메시지와 완성도에 대한 평단의 호평이 많지만, ‘바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징그럽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러닝타임 141분. 청소년 관람불가.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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