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 이주현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우선 새 둥지에서의 첫 비행은 성공적이다.
OK 저축은행은 8일 서울 중구 브이 스페이스에서 열린 2024 LoL KeSPA컵 결승전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3대 1로 꺾었다. 1대 1 동점 상황에서 내리 2번의 세트를 따내면서 창단 후 첫 KeSP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모기업 브리온이 콩두 몬스터를 인수해 현재 팀으로 거듭난 뒤 처음으로 추가한 우승 기록이다.
이주현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다전제에서 4대 미드를 한 번은 이겨보고 싶었다. 오늘 ‘쇼메이커’ 허수 선수를 이기고 스스로를 증명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미드라이너들이 우승하는 걸 항상 부러워만 했다.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프로 생활을 이어왔다”면서 “오늘 우승이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커리어를 쌓고 LCK 우승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문장 또는 4대 미드의 바로 다음…이주현을 향한 평가들은 그가 상위권 미드라이너들보다 한 수 아래임을 재단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소위 4대 미드(허수·‘쵸비’ 정지훈·‘비디디’ 곽보성·‘페이커’ 이상혁)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록 단기 컵 대회지만 ‘제카’ 김건우, 허수를 연달아 잡고 우승했다는 게 이주현에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주현은 이번 KeSPA컵에서 최고의 미드라이너였다.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 선수들에겐 특유의 공격적인 라인전을 통해 ‘1군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체감케 했다. 반면 자신은 준결승전에서 김건우, 결승전에서 허수를 차례대로 꺾으면서 LCK 상위권 미드라이너들 간 서열을 어지럽히는 데 성공했다.
완벽한 미드라이너였던 건 아니다. 한타가 열리면 먼저 물려 아무 것도 못 해보고 데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강점, 공격적인 라인전과 과감한 움직임만큼은 절대 잃지 않았다.
3년간 BNK 피어엑스 소속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OK 저축은행으로 적을 옮기며 환경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장은 성공적인 이적이다. 그는 “BNK에 오래 있었던 만큼 떠날 때는 두렵기도 했다”면서 “OK 저축은행에 오자마자 첫 시작이 정말 좋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서 강한 미드라이너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다. 최우범 감독 역시 이주현이 OK 저축은행에 공격성과 호전성이란 색을 입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 감독은 “교전을 피하지 않는 팀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며 “예전엔 싸워야 할 때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제는 시원시원하단 점이 팬분들이 보시기에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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