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8일 소속사 어도어와의 계약 해지를 선언한 이후 열흘이 지났다. 내용 증명에 따라 계약이 해지됐다는 뉴진스와 여전히 계약이 유효하다는 어도어의 주장이 맞부딪히고 있다. 뉴진스는 어도어 측에 계약 해지 원인이 있다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고, 어도어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전속계약의 유효성을 두고 뉴진스와 어도어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용 증명을 통해 의무 위반 사항 시정을 요구했으나 기한 내에 시정해주지 않았으므로 29일 자정부터 계약은 해지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전속계약이 일방의 주장만으로 해지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전히 뉴진스가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양측이 생각하는 ‘계약 해지 사유’가 달라서다. 뉴진스는 어도어가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음해하는 등 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며 이것이 계약서에서 정한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래서 가처분을 신청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도어는 뉴진스가 내용 증명에 언급한 사항들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계약이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변호사는 8일 “(이 사안을) 정식 소송에서 다투면 해지 사유는 뉴진스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변호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직까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게 이 사안의 문제”라면서도 “어도어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자잘한 사유로는 계약 해지가 안 된다’는 주장이 맞을 수도 있지만, 아티스트에게는 그런 ‘자잘한 사유’들이 중요할 수도 있다. 결국 얼마나 소명하느냐에 따라서 승소가 달라질 것 같다”고 봤다.
어도어의 소송 제기로 제삼자들이 뉴진스의 현 소속을 어디로 볼 것인가를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어도어는 ‘아직 우리 소속 가수’라고 주장하고, 뉴진스는 ‘소속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으니, 광고주 등 제삼자 입장에선 이들의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터. 이 때문에 뉴진스가 당분간 새로운 계약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 변호사는 “어도어가 뉴진스와의 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새로운 광고 계약은 힘들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활동을 못 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뉴진스가 가처분을 먼저 신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진스의 위약금 문제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뉴진스의 귀책이 있어야 위약금이 발생할 텐데, 계약 해지를 먼저 통보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명확한 게 없다”며 “신뢰 관계 파탄에 따른 쌍방 귀책일 때는 양측의 위약금이 0원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뉴진스의 위약금도 0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현재로선 어도어의 ‘중대한 귀책 사유’가 보이지 않고, 법원에서도 매니지먼트사가 큰돈을 투자했다는 걸 고려하기 때문에 위약금이 대부분은 인정된다. 물론 통상적으로 선고하는 위약금 액수가 전부 인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짚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지난 6일 낸 입장문에서 뉴진스는 “저희는 이미 투자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어도어와 하이브에 돌려줬다”고 강조했다.
‘뉴진스’란 그룹명을 뉴진스가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변호사들 간에 의견이 나뉜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제8조에 따라 상표권은 계약 종료 이후에 가수에게 이전돼야 한다는 의견과 다수의 소속사가 그렇듯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소속사가 가지고 있다면 뉴진스가 상표권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전자의 경우라 해도 어도어가 상표권에 투자한 정당한 대가를 뉴진스에게 요구한다면, 법적인 분쟁을 피할 수는 없다.
여러 쟁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이 나뉘지만, 당장 뉴진스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에는 의견이 모인다. 뉴진스가 곧바로 민 전 대표와 일하게 되면 뉴진스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없어서다. 노 변호사는 “한 5년 정도는 지나야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외주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런 방식도 시도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진스가 소송에서 이기게 되더라도 소속사와 분쟁이 벌어진 만큼 뉴진스와 어도어 모두에게 타격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벌어졌던 전속계약 분쟁 가운데 동방신기에서 나온 JYJ(김재중, 김준수, 박유천)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이들의 지상파 방송 출연은 사실상 모두 끊어졌었다. 송 변호사는 “어도어가 소를 제기하는 걸 보면 추가적인 소 제기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의지만 있다면 (과거 SM엔터테인먼트처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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