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강 작가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면서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되면서 모든 사람이 모든 걸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맨몸으로 장갑차를 멈추려는 애를 쓰던 사람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는 사람도,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마치 아들들에게 그렇게 하듯이 잘 가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봤다”면서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작전에 투입된 젊은 군인과 경찰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며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명령을 내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의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 적극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계엄령 이후 표현의 자유 문제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강 작가는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언어의 특성 자체가 강압적으로 눌러서 막으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해서 진실이 있을 것이고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폭력이 귀환하는 시대에 문학의 역할을 묻는 말에 한강은 “문학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걸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며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10대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 논란이 있던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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