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 춥겠다.”
29일 폭설을 뚫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아빠 전요셉씨가 마중 나온 네 살 딸 사랑이에게 핫팩을 쥐여주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 5일 딸 치료비 모금을 위해 떠났던 국토대장정을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마무리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딸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전씨는 딸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는 다정한 아빠였다.
사랑이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전씨의 등에 걸린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이게 뭐야?”라고 묻자, 전씨가 “예쁜 편지야”라고 답하기도 했다. 플래카드에는 ‘사랑아 널 위해 걸을 수 있어서 아빠는 참 기쁘다’라고 적혀 있었다. 부녀의 애틋한 모습을 보며 아내 이상아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사랑이는 ‘듀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근육이 퇴행하며 나중에는 스스로 호흡할 힘마저 잃게 되는 병이다. 여자아이의 경우 5000만분의 1의 확률로 발병한다. 유일한 희망은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엘레디비스’이지만, 약값만 46억원에 달한다.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전씨는 고민 끝에 길을 나섰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을 향해 걸어오며 시민들에게 후원을 요청한 것이다. 지난 5일 시작된 전씨의 도보 대장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고,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이에 전씨가 740㎞를 걷는 동안 13억70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출발 24일 만에 최종 목적지인 광화문에 도착한 전씨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길을 걸어도 내일이 어두워 보였는데 어느 순간 한분 한분이 작은 빛들을 모아주셔서 힘이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성 근육병을 가진 아이들은 오늘의 근력이 가장 강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고 보험이 적용돼 더 이상 절망에 빠져 눈물짓는 환우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딸을 향해서는 “사실 아빠는 슬프지 않거나 괴롭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세상에 와주고 아빠의 딸이 돼줘서 감사하고 행복해. 너는 아빠와 엄마의 보물이고 모든 것이야. 사랑아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씨가 모은 후원금은 사랑의열매에 전달돼 사랑이를 위해 지정 사용된다. 사랑의열매는 사랑이를 위한 특별 후원 모금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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