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사람도 환대하는 교회, 힘자랑 않는 교회 꿈꿉니다”

Է:2024-11-28 15:00
ϱ
ũ

모든 날이 은혜스럽다/김병삼 지음/두란노

‘모든 날이 은혜스럽다’ 저자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가 지난 10월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목사님, 술 먹고 교회 와도 되나요.”

주일 예배 후 교인과 인사를 나누던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에게 온몸으로 술 냄새를 풍기는 한 낯선 청년이 건넨 질문이다. 청년은 저간의 사정을 생략한 채 무작정 “정말 살고 싶다”고 울먹였다. 주정을 부리는 듯한 청년을 안고 기도해준 김 목사는 교회 승강기에서 다시 그를 만나며 이내 생각에 잠긴다. 술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는 이들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질문하는 청년에게 “와도 괜찮다”고 답한 뒤 든 심중 소회다. ‘술 마신 사람도 찾아올 수 있는 교회가 돼야 하는데…. 예수님이 질책했던 위선적이고 바리새적인 교회의 모습이 우리 가운데 너무 선명히 나타나는구나.’

책에는 이처럼 36년 차 목회자인 그가 목회 현장에서 느끼고 깨달은 점이 가득하다. 설교집이 대부분인 저서 40여권 중 흔치 않은 에세이집이다. 2014년부터 3년간 개인 SNS에 썼던 글 가운데 현 상황에 필요한 내용을 선별해 엮었다. 서문에서 “신앙적인 표현으로 ‘은혜스러운 글’을 꼭 써보고 싶어 그날그날 깨닫는 은혜를 기록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 저자는 “목회자의 가장 큰 기쁨은 교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며 주님의 은혜와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일상 속 단상을 모은 수상록이지만 담긴 내용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한국교회가 그저 화석화된 종교로만 기능하지 않는지 자문하는 내용도 적잖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 땅의 교회가 들어야 할 별명이 있습니다. ‘죄인들의 친구’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너무 의로워서 죄인과는 함께할 수 없는 교회가 된 건 아닙니까.”

‘모든 날이 은혜스럽다’에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곳곳에 실려있다. 그림은 모네의 1881년 작 ‘밀밭’. 두란노 제공

‘하나님 나라를 위해 권력 쟁취에 힘써야 한다’거나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게 ‘한국교회의 힘을 보여주자’는 교계 일각의 목소리엔 일침을 가한다. “진짜 교회가 보여줘야 할 힘은 십자가가 아닐까요. 세상의 조롱을 참지 못하면 십자가는 아무 능력이 없습니다.…‘하나님 나라는 힘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증명하신 게 아닐까요.”

대중에게 기독교 진리를 설득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부분도 밝힌다. “아무리 안타까운 마음이라도 힘자랑하는 식으로 설득해서는 힘들다”는 것이다. 대신 “죄를 지적하기보단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보여주자”고 제안한다.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겪은 고충과 이로 인해 깨달은 점도 솔직담백하게 다룬다. 한때 “큰 교회가 나쁘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던 그는 결국 “하나님 은혜는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덕을 세울 때” 온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기도는 확신에 덧붙이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등 신앙 관련 조언뿐 아니라 목회 중 체득한 교훈도 풍성하다.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이 만나 하나님 뜻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 교회’라거나 ‘주변의 고약한 사람이 내 인격을 만든다’ 등이 대표적이다.


경어체 서술로 어렵지 않게 읽히는 글에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곁들여져 운치를 더한다. 에세이란 형식이 주는 가벼움 속에 조화롭게 담긴 교훈이 인상적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