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2구역의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안이 확정되면서 ‘재건축의 상징’과도 같았던 압구정 한강변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부동산 및 건설업계는 아직 정비계획이 통과 단계로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해 넘어야 할 난관이 산적했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6일 “한국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에서 처음으로 정비계획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5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열어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비계획안은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을 사면 포장에 그려진 일러스트(삽화) 수준”이라며 “그 안의 조립설명서가 실시설계(기본설계 결과를 토대로 시설물 규모·배치·공사방법 및 기간·공사비 등에 관해 세부조사·분석한 뒤 최적안을 선정해 시공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설계도면 등을 작성)인데, 여전히 남은 과정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 정말 빠르게 진행되면 15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하나의 프로세스가 진행된 수준으로 크게 임팩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70층 초고층’ 대단지 가능성에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은 최고 높이는 250ｍ, 층수로는 70층까지 가능하도록 정비계획안을 세웠다.
건축법상 50층 혹은 높이 200m 이상은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되는데, 바람과 지진 등에 견디기 위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설계 및 건축 비용이 급등한다. 또 초고층건축물은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1개씩 만들어야 하고, 30층 이상에는 피난승강기도 필요해 공사비를 끌어올린다.
이 연구위원은 “긴 막대기를 땅에 꽂는다고 할 때, 길이가 길수록 땅속에 더 깊이 꽂아야 한다”며 “건물도 높게 올릴수록 잘 버티게 하려면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 등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뛴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층으로 가면 공사비가 2배 가까이 뛸 거라 본다. 실제로는 최고치가 49층일 것”이라며 “또 한강변 스카이라인은 민감한 부분인데 벌써 ‘장벽처럼 가로막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와서 현실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에 따른 부담도 여전하다. 현재는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한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이 풀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초환 규제가 풀려서 자칫 국민적 위화감,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뷰’를 둘러싼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상충도 난관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한강변 특수성이 강한 동네”라며 “과거에는 외풍과 추위, 교통소음 때문에 한강변쪽에 소형평수 위주로 배치했다. 소형평수에 그대로 한강뷰를 인정할지, 감정평가액이 나오면 권리가액을 계산해 높은 순으로 우선권을 줄지에 따라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