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던 맷 게이츠 전 연방하원의원이 자진 사퇴했다.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으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기류가 거세지자 상원 인준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후임으로는 검사 출신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 새로 내정됐다.
게이츠의 조기 낙마는 트럼프가 향후 공화당 내부에서 만만찮은 견제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법·사법·행정을 장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트럼프조차 당내 반대 세력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21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내 법무장관 인준이 트럼프 정권 인수 작업에 부당한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정치권 실랑이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법무장관 후보에서 사퇴하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출범 첫날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법무장관 지명 전부터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미성년자 성매수, 불법 약물 남용, 의회 내 음란물 공유, 위조 신분증 사용 등의 혐의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아왔다. 그가 법무장관 내정 직후 하원의원직을 사퇴하자 민주당은 윤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특히 공화당 상원의원들마저 게이츠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상원 인준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게이츠는 전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회동한 뒤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결함 많은 인물을 장관에 임명해 공화당 안팎에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다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공화당에 절대적인 권력을 보여주려 했으나 자신의 한계만 드러냈다”고 논평했다.
게이츠를 이어 법무장관에 지명된 본디 역시 트럼프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검사로 20년 가까이 재직하며 여성 최초로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낸 등 법조계 경력은 게이츠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트럼프의 1차 탄핵 심판 당시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는 그와 오래 알고 지냈다. 그는 똑똑하고 강인한 ‘미국 우선주의’ 투사”라고 말했다.
게이츠와 더불어 성추문에 휘말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잇달아 헤그세스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헤그세스의 의혹은 게이츠에 비해 비교적 경미한 데다 그마저 낙마할 경우 차기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그세스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상원 인준 절차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성추문 의혹에 대해 “이 문제는 충분히 조사가 이뤄졌다. 나는 전적으로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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