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행복 전도사’ 이대한 “내 우승 또 다른 동기부여 되길…”

Է:2024-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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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서 생애 첫승
최경주의 SK텔레콤 오픈 우승이 큰 자극제 돼
무관의 ‘언더독’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 전달

지난 10일 막을 내린 KPGA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대한. KPGA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는 사람에게는 ‘행복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도 그런 선수가 한 명 있다. ‘투어 15년차’ 이대한(33·L&C BIO)이다. 그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웃는 얼굴이다.

엄밀히 따지면 성적이 좋은 날보다는 좋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미소를 잃는 법이 없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속상했지만 속으로만 삭이고 절대 밖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 모습이 역력해 보는 사람의 안쓰러움이 더했다.

그런 그가 ‘하회탈’보다 더 밝고 환한 웃음을 비로소 지었다. 투어 데뷔 15년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코스에서 막을 내린 KPGA투어 올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다. 그것도 올 시즌 투어 개인상 전관왕을 휩쓴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을 상대로 거둔 것이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이렇다할 성적이 없어 기나긴 무명 생활을 하는 선수들을 일컬어 ‘언더독’이라 한다. 이대한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 이대한의 우승은 인생역전, 꼴찌반란으로 ‘언더독’들에게는 마치 자기 일인 양 세밑을 훈훈하게 하는 감동 드라마 그 자체였다.

그것은 그의 우승 소감 일성으로 충분히 가늠된다. 그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의 우승이 지금까지 우승이 없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왜 선수들 사이에서 ‘사람 좋은 대한이 형’으로 불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대한의 강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유쾌함이다. 유머 감각만큼은 개그맨이 울고 갈 정도다. 많은 동료가 그의 주변에 모이는 이유다. 생애 첫 승이라는 심적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회를 마치고 나서 어김없이 많은 어록을 남겼다.

‘우승 확정 뒤 장유빈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했느냐’고 묻자 “내가 (장)유빈이를 위로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외려 유빈이가 멋진 경기였다고 축하 인사를 해줬다”고 말해 후배를 향한 엄지척을 해보였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K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대한과 캐디로 나선 아버지 이창식씨가 손가락으로 첫 승을 의미하는 1을 펴보이고 있다. KPGA

돌이켜 보면 울림을 준 말은 또 있었다. “나는 결코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골프가 직업인 세 돌을 앞둔 한 아이(소이)의 아빠일 뿐”이라고 말해 엄청난 ‘딸바보’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대한은 동료인 윤세준 프로의 소개로 만난 현재의 아내와 1년 6개월간의 교제 끝에 지난 2019년에 결혼,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승 이후 이대한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향 목포에서 아버지(이창식씨)의 지인 50명을 초청해 잔치를 치른 뒤 자택이 있는 춘천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이대한과 전화인터뷰를 했다. 아버지는 캐디로 아들의 생애 첫 우승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었다.

그는 “우승 이전에 준우승도 한 차례 있었다. 그때는 대부분이 덤덤하게 잘했다고 축하했는데 이번 우승에 대한 반응은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단한 경기였다고 극찬이 일색이었다. 느껴지는 강도에서 엄청 차이가 났다”라며 “무엇보다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서 좋아하신 걸 보고 마음 뿌듯했다”고 했다. 이대한은 지난 6월에 있었던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 with A-ONECC에서 공동 2위에 입상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물론 우승까지는 아내의 내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내를 2018년에 처음 만나 1년 6개월 연애 끝에 결혼했다”면서 “아내를 만나고 딸이 태어나면서 골프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팔불출 소리를 듣더라도 할 얘기는 하겠다. 이번 우승은 전적으로 아내의 내조 덕이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부진했던 이대한은 6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경주(54·SK텔레콤)과 이동민(39·대선주조) 등 선배들의 선전이 큰 자극제가 됐다. 최경주는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KPGA투어 최고령 신기록으로, 이동민은 이달 3일 끝난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에서 각각 우승했다.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끝난 K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대한이 아내, 딸(소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그중에서도 최경주의 우승은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이대한은 “최 프로님 우승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 거리가 나보다 많이 덜 나가면서도 우승한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그 이후로 2위, 4위, 그리고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우승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비효과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이대한은 “우승이 없는 선수들로부터 많은 축하 전화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은퇴를 선언한 한 선수로부터 다시 시드전 준비하겠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면서 “이른바 언더독들에게 나의 이번 우승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했다.

이대한의 목표는 10승을 채운 뒤 은퇴하는 것이다. 적잖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 동계 시즌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그는 “체중을 줄이면서 체력 훈련 위주로 동계 훈련을 할 계획”이라며 “최진호, 문경준 선배처럼 자기 관리를 잘해 롱런하는 선수가 되겠다. 겨울에 따뜻한 목포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 한 달간 체력과 샷연습, 그리고 라운드를 할 것이다. 해외 전훈은 3월 초에 3주 정도 다녀올 생각이다”는 향후 일정을 밝혔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올 KPGA투어 우승자에게 주어진 LIV골프 큐스쿨에는 도전해 볼 생각이다. LIV골프 큐스쿨은 1위는 풀시드를 주고 나머지 2~11위까지 10명에게는 인터내셔널 시리즈 출전권 부여한다. 이대한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큐스쿨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12월 10일 출국할 예정이다.

지금껏 투어 활동을 한 자체가 행복하다는 이대한에게도 골프를 그만둘까 생각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군 입대 전인 2011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 진출했을 때다. 그는 JGTO투어 큐스쿨에서 공동 5위에 합격, 7번 시드로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우승 직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대한. KPGA

하지만 일본 도전은 딱 거기까지였다. 당시 진출 동기가 황중곤(32·우리금융그룹)이었다. 이대한은 “1년 내내 2~3개 대회만 컷 통과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해졌다. 내 골프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되느냐는 생각에 이르면서 충격에 휩싸였다”라며 “그러면서 기나긴 슬럼프가 시작됐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실패는 역시 성공의 어머니였다. 그는 일본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자신을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자양분이 돼 챔피언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대한은 “그동안 우승한 선수들을 보면 엄청 부러웠다”면서 “나도 이제야 비로소 챔피언의 칭호를 얻게 됐다. 1승까지 15년이 결렸지만 2승, 3승은 1년 안에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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