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들이 내년부터 단지 내 도로를 지나는 외부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제동에 나섰다.
부산 남구는 LG메트로시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외부 차량 통행금지를 명시한 아파트 자체 규약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다음 달 19일까지 아파트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남구는 단지 내 통행료 징수는 아파트 시설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공동주택관리법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법에 따르면 단지 내 도로는 공동주택의 부대시설로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당 아파트는 2019년부터 단지 내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며 1시간 이상 머문 외부 차량에 대해 주차비 성격의 시설 이용료도 부과하고 있다. 남구는 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2019년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아파트 측에서 이의제기하는 등 다툼을 벌인 끝에 지난해 300여만원의 과태료가 확정됐다.
남구는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과태료를 반복해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외부 차량에 대해서 아파트 차원에서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대응은 가능하나 돈을 징수할 수는 없다”며 “내년에 실제로 통행료 징수가 이뤄지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73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부산 최대 규모 단지인 LG메트로시티의 입주자대표회는 내년부터 단지 내 도로를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 시설 이용금을 부과하는 안건을 최근 의결했다. 내년 1월부터 외부 차량이 단지로 진입한 순간부터 30분마다 500원씩을 받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단지 내 도로를 지름길로 이용하려는 외부 차들로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하루 3만대의 통행량으로 도로파손도 심각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학교 4곳이 들어서 있어 등하굣길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 이용이 많다고 한다. 단지 도로를 20년 넘게 통행로로 이용해 왔던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남구에 민원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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