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 두 나라는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정상회담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부터 시 주석과 10년이 넘는 인연을 맺어왔는데, 내년 1월 퇴임이 예정돼 이번이 사실상 고별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공동 취재단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항상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대화는 항상 솔직했다”며 “우리는 서로 기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왔는데,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대화는 오판을 방지하고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군 당국 간 소통 재개, 마약류 대응 협력, 인공지능(AI) 관련 협력 등을 거론하며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마약류 과다 사용에 따른 사망자 수가 5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도 언급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수천 명의 북한 군이 러시아에 배치된 것은 유럽과 인도 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의 위험한 확장이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적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또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심히 위험한 전개”라고 지적하며, 북한의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소개했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또 양안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는 반대하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보다 먼저 발언에 나선 시 주석은 “미국은 최근 선거를 마쳤다”며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중국과 미국 관계에 대한 중국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새 행정부와 협력해 소통을 유지하고 협력을 확대하며 차이를 관리하여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중미 관계의 안정적 전환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 4년 동안 중·미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의 공동 책임 아래 양국은 유익한 대화와 협력을 해왔고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서로를 라이벌이나 적으로 여기고 악의적인 경쟁을 추구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다면 양국 관계는 흔들리거나 심지어 후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주요 국가 간 경쟁이 시대의 기본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연대와 협력만이 인류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상호 호혜적인 협력만이 공동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주요 두 국가로서 전 세계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격동하는 세계에 더 확실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의 발언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중간 메모를 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4시 7분에 만나 악수와 인사말을 나눈 뒤 회담에 돌입했다. 취재진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문제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두 정상에게 각각 질문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회담은 오후 5시 47분까지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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