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험생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레 혈액암을 진단받아 병실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성모병원은 수험생 가은(가명·19)씨가 입원실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능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에 사는 가은씨는 최근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을 거쳐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가 지난 12일 혈액암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림프종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혈액암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영상 검사 결과 가은씨는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가은씨는 수능도 포기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1년을 더 준비한 수능이 코앞이었다.
올해 꼭 시험을 치르고 싶었던 가은씨에게 의료진이 허용할 수 있는 외출 시간은 단 하루였다. 감염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서울성모병원에서 가은씨의 집인 경남까지 다녀오기는 어려웠다.
가은씨를 면담한 윤선희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는 “시험을 못 보면 딸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보호자의 말에 몇 해 전 병원에서 수능을 치렀던 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이를 병원에 알렸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에 치열하게 준비한 시험까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가은씨의 사연을 들은 의료진은 팔을 걷어붙였다. 병원은 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관련 규정과 행정 절차에 따라 곧바로 가은씨가 시험을 볼 독립 병실, 감독관 회의실 등을 준비하고 시행 계획을 세웠다.
의료진은 항암치료의 어려움을 고려해 수능 전까지 가은씨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응시가 끝나면 곧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평소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순간 충실하게 생활했다는 가은씨는 이날 병실에서 수능을 치르고 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대학교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은씨 주치의인 민기준 혈액내과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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