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학이 기숙사에 화재가 발생해 대피하는 학생들에게 안면인식을 하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선 공공기관 외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을 신분 확인과 출입 통제에 사용하는 곳이 많다.
13일 중국 화상보대풍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일 산둥성 지난의 지루공업대학 창칭캠퍼스 여학생 기숙사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꽃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자 학생들이 서둘러 대피했는데 1층 창문에는 방범창이 설치돼 있어 출입구로 몰려갔다.
하지만 스마트출입시스템에 설치된 게이트가 모두 닫혀 있어 안면인식기 앞에서 한 명씩 얼굴을 스캔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대피하는 학생이 몰려들면서 출구 게이트가 큰 혼잡을 빚어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관리자가 먼저 대피해 학생들이 기숙사에 갇혔다” “불이 났는데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얼굴을 한 명씩 스캔해야 나갈 수 있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학교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때문에 발생한 작은 불이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며 “안면인식은 우리 학교의 보안시스템이다. 많은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안면인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웨이보와 바이두 등에는 “얼굴을 스캔하면 탈출 시간이 늦어진다는 건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운이 좋았다는 게 다음에도 운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명백한 불법이다. 소방법상 화재 발생 후 출입통제시스템이 탈출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무고한 인명을 얼마나 죽이려고 하냐”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학생들의 생체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탈출로를 차단하는 것이 학생의 안전을 위한 것인가, 일부 사람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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