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동작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간호사 신모씨가 환자들에게 백일해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있었다. 신씨는 “백일해는 생후 2개월에 1차 접종을 시작한 뒤 최소 4주 간격으로 4·6개월 접종을 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예비 부모는 물론, 손주를 봐주는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백신을 맞으러 온다”고 말했다.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일해로 사망했다. 방역 당국이 백일해 사망자 수를 집계한 2011년 이후 나온 첫 사망 사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망한 영아는 백일해 1차 백신 접종 전이었으며, 기침과 가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4일 증상이 악화하면서 사망했다.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백일해는 최근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10월 둘째 주 1152명이던 환자(증상이 의심되는 환자 포함) 수는 10월 셋째 주 1560명으로 늘었다. 넷째 주에는 1795명까지 증가했다. 11월 첫째 주는 1474명으로 소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환자 수는 11월 첫째 주 기준으로 3만332명으로, 지난해 연간 환자 수(292명)의 100배를 넘었다. 특히 7~19세(87%)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백일해는 3~5년 주기로 유행하지만, 코로나19로 감염병 주기를 건너뛴 탓에 유행 규모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후 첫 접종은 2개월에 이뤄지는데, 특히 접종 전 영아의 경우 면역을 갖고 태어나려면 임신부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다. 임신 27~36주 차에는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또 생후 2·4·6개월 영아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해야 하고, 15~18개월, 4~6세, 11~12세 추가 접종이 권고된다. 영·유아 부모뿐 아니라 돌보미,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후 18개월 된 손주를 돌보는 홍모(60)씨도 백일해 백신 주사를 맞았다. 그는 “손주가 목감기 증상이 나타나 백일해가 아닌지 깜짝 놀라기도 했다”라며 “다행히 백일해가 아니었지만, 내가 아이를 안거나 말을 할 때 호흡기로 백일해가 옮을 수도 있다고 해서 나도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백일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올해 9월까지 누적 1만395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영아 10명(8일 기준)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13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35명의 사망자 중 소아가 22명(1세 미만 20명)으로 보고됐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국내에서 백일해 첫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0~6세 백일해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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