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군이 파병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고비에 선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톱다운식 외교가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지난 7일 당선 직후 푸틴과의 통화에서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군사력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화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됐다.
트럼프와 푸틴은 통화에서 유럽 대륙의 ‘평화’라는 목표에 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조만간 후속 대화를 하는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는 푸틴에게 ‘영토 문제’도 제기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끝내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는 현 상황을 유지한 채 즉각적인 종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말 유세 때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조금 (영토를) 포기했어야 했다.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종전 구상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1000억달러 이상의 무기와 군사 원조에 대해서도 비판해왔다.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채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종전 구상으로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푸틴 간의 전화 통화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도 통보를 받았고,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군 1만1000여명이 러시아에 파병돼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일부가 전투에 투입돼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군 파병에 대해 “푸틴이 다급하다는 신호”라고 평가해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는 트럼프식 종전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이미 나왔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전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같은 국가가 승리하도록 허용한다면, 미국 또한 이해관계에 있는 전 세계 다른 독재국가들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이상의 더 큰 문제가 걸려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영토 일부 양보를 전제로 한 종전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7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약 70명의 세계 지도자들과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젤렌스키와의 통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인수팀은 아직 미국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전화는 국무부나 미국 정부의 통역 지원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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