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탄핵되면서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와의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불만을 샀던 임 회장이 물러나면서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감지된다. 장기화한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사단체 대표가 전격 교체되면서 11일 반쪽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추가 참여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임 회장이 있는 의협 집행부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지, 아예 의료계와 함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한 적은 없지 않나”라며 “임 회장 탄핵으로 전공의들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새 지도부와는 같이 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의협은 비대위에 전공의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총회 후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의협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못 만들어주니까 전공의가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라인이 없었다”라며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도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 뜻을 받들어서 결정하게 돼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책임자 문책이나 증원 취소 없이 전공의와 학생들만 들어오라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 탄핵 직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글을 올려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은 구분돼야 한다. 의협 비대위원장은 회장 선거 전까지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적었다. 향후 의협 비대위 활동 방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 낼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할 경우 비대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전공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차기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강경론이 힘을 더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택우 강원도의사회 회장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주 대표와 황 회장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가 더 강경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불참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11일 오전 8시 출범할 예정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의체 출범 일정을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참석 협조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의체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에서는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이 참여한다. 그동안 의협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협의체 추가 참여가 가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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