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지난 8일 밤 20만명이 넘는 대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50km 거리의 카이펑으로 가는 도로를 가득 메웠다. 당국이 도로를 폐쇄하자 대학생들은 걸어서 카이펑으로 갔다. 정저우의 일부 대학은 학생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복귀를 종용했다.
10일 대만 중앙통신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8일 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대학생 20만여명이 카이펑시까지 자전거를 타고 대로를 달렸다. 자전거가 도로를 메우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고 교통경찰도 손을 쓰지 못했다. 중국 대학생들이 2022년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해 펼쳤던 백지 시위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번 자전거 행렬에는 중국 정부나 공산당에 항의하는 구호나 행동은 없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청춘은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야습 라이딩으로 카이펑을 점령하라”였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며 “조국은 통일돼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담은 팻말도 보였다. 자전거 행렬이 주요 도로를 메우면서 도로 교통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대학생들은 카이펑에서 1박을 한 뒤 아침 식사를 하고 버스 등을 타고 정저우로 돌아왔다. 숙소를 찾지 못한 대학생들은 공원과 광장 등에서 노숙을 했다. 카이펑은 대학생들이 두고 간 공유자전거가 인도는 물론 도로까지 가득 차 몸살을 앓았고 정저우 시민들은 공유자전거가 없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당국은 도로를 폐쇄하고 대학은 학생 외출을 금지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정저우와 카이펑의 교통 당국은 8일 오후 4시부터 10일 정오까지 교통을 통제하고 공유 자전거 진입을 전면 금지했다. 메이퇀 등 3대 공유 자전거 플랫폼도 자전거의 시외 이용을 금지했다.
허난성의 한 대학은 재학생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교육청과 학교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카이펑으로 향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었다며 학생들의 복귀를 종용했다. 이어 “다른 속셈을 가진 반사회적 인사나 해외 적대 세력이 침투할 수 있다. 과거 홍콩의 폭동을 생각하면 교육청과 공안이 왜 이렇게 중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습 라이딩’은 지난 6월 정저우의 여대생 4명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오후 7시쯤 수업을 마친 뒤 카이펑의 명물인 관탕바오를 먹기 위해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버스가 끊긴 뒤였다. 이들은 “청춘은 한 번뿐”이라며 공유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고 3시간 동안 50여㎞를 달려 카이펑으로 가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매주 금요일 밤마다 이들을 따라 하는 야습 라이딩이 유행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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