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가 교내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면서 학내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원 40여명은 1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반민족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동문회는 “대학은 학내외 반대 여론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기어코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고 말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영남대 본부와 최외출 총장은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을 향해 계란과 밀가루를 뿌린 뒤 검은색 천막으로 동상을 덮고선 주위에 둘러서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기자회견 도중 경찰이 교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가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는 대학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영남대는 지난달 23일 개교 77주년을 맞아 학내 천마아너스파크 광장에 2.5m 크기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 하단에는 ‘영남대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란 문구가 담겼다.
영남대는 1947년 경주 최부자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선산과 집 등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대구대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1967년 박 전 대통령이 대구대학과 전국 최초의 야간대학인 청구대학을 통합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80년부터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와 이사장을 맡아오다가 1988년 학내 비리 사건으로 대학을 떠났다.
영남대 총학생회는 동상 설립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학생들간 소통이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생들을 상대로 동상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80%, 찬성 20%의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도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따지면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 뺏은 사람으로 동상을 만든 거다” “개교 77주년이던데 박정희가 영남대를 설립한 건 1967년으로 개교된 지 57년밖에 안 된다” 등 익명의 비판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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