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남중국해에 10단선을 긋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서필리핀해 영유권을 법으로 명시했다. 중국은 주중국 필리핀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9일 로이터통신과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해양구역법, 필리핀 군도 해로법에 서명했다.
해양구역법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해양 영역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권한을 명시했다. 특히 해안선에서 200해리 수역인 EEZ 내에 건설된 모든 인공섬은 필리핀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은 이곳 해역의 7개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어 미사일 기지 등을 세웠다.
해로법은 UNCLOS와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외국 군함이나 항공기가 통행을 위해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경로·구역을 규정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국가의 해양 자원을 보호하고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며 필리핀 해역이 모든 필리핀인의 생명과 생계의 원천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 특히 어민들은 불확실성과 괴롭힘 없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우리는 해저 광물과 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국가지도자원정보청(NAMRIA)은 서필리핀해를 포함하는 새로운 필리핀 지도를 곧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은 필리핀의 조치가 불법이라며 규탄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이날 “필리핀 해양구역법은 중국 황옌다오(스카버러 암초)와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대부분의 섬, 암초, 관련 해역을 불법적으로 필리핀 해양구역에 넣어 남중국해 중재 사건의 불법 판결을 국내 법률 형태로 고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은 이 법 공포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난사군도와 주변 해역, 황옌다오를 포함한 중사군도(메이클스필드)와 주변 해역에 대한 주권과 관할권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은 충분한 역사적, 법적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법안 서명 직후 주중국 필리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필리핀은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로부터 유엔해양법협약, 필리핀 법률,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중국은 불법 판결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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