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가공업을 영위하는 A사 등 4개사는 연구개발(R&D)를 위해 지출한 인건비 수억원을 연구·인력개발비라며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세액공제액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이 진행했다는 R&D는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다. 세정 당국이 A사 등에게 R&D 활동 증빙자료를 요구해 받은 연구 논문이나 특허는 모두 표절이었다. 단순한 표절이 아니라 타사 지식재산권을 단순 인용·복제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면에는 불법 R&D 컨설팅 업체가 있었다. 해당 업체가 4곳의 업체가 세액공제를 받도록 도와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공제 세액을 전액 추징했다.
그나마 A사 등 4개사는 제조업 성격이라도 지니고 있지만 더 심각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호프집과 미용실, 학원, 택시업체에서 자체 연구소를 통해 R&D를 한다며 세액공제를 신청한 사례도 있다. 모두 불법이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R&D 관련 예산이나 세액공제가 줄줄 샐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R&D 세액공제 실태 확인 후 공제액을 추징한 사례는 지난해 기준 771건이다. 2년 전(155건)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추징액도 2021년 2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44억원으로 2년 사이 5.3배나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와 같은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로 R&D 컨설팅 등 브로커들을 꼽는다. A사 사례와 같은 경우가 만연하다는 인식이다.
세액공제나 감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는 R&D 세액공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실제로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경기 용인시나 인천 송도 등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 사무실이 있다고 신고하는 ‘주소 세탁’이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둘 경우 5년간 법인·소득세를 100% 감면받는 창업중소기업 감면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업종으로는 유튜버 등 1인 창업자들이 꼽힌다. 지방이 일종의 국내판 조세회피처가 된 셈이다.
중소기업이 직원을 늘렸을 때 받을 수 있는 ‘고용증대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허위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두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는 고용이 줄어서 공제받은 세액을 추징당할 위기에 처하자 꼼수를 쓰는 일도 적지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각종 공제·감면액 중 실제로는 대상이 아니어서 추징한 세액이 지난해 기준 법인(1624억원) 개인(125억원)을 합해 174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R&D 세액공제 추징분 144억원을 더하면 규모는 1893억원으로 더 커진다. ‘눈먼 돈’ 취급을 받는 세금이 적지 않은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꼼수를 앞으로도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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