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한 심경을 밝히고 사과하며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의 외부활동을 중단할 것이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제2부속실 설치 계획 및 특별감찰관 임명 의사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면서 먼저 그간의 국정 혼란과 각종 의혹에 대해 “모든 게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민께 감사와 사과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뤄졌는데 초반엔 주로 김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의혹 규명,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모두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우선 명씨와 대선 이후에도 직접 소통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선된 이후에 (명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한 번 받은 적이 있다. 명씨도 선거 초입에 도움을 주겠다며 움직였기 때문에 ‘하여튼 수고했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대변인이 (이를 전하는 과정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얘기하기 그러니까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었고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이라는 건 내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한 적 없다”며 “당선인 땐 고3보다 바쁘던 시기여서 당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께 걱정끼친 건 무조건 잘못…아내 대외활동 중단, 제2부속실 출범”

윤 대통령은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한다”면서 “나중에 무분별하게 언론에 (통화 내용이) 이렇게 까지고(까발려지고) 이럴 것이란 생각을 못했는데 전부 제 책임이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써온 것이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인 것 같다. 리스크를 줄여 나가면서 국민들이 이런 걸로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아내가 이를테면 ‘요즘 회의 때 참모들에게 야단을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 부드럽게 해’ 정도의 조언을 하는 걸 국정 관여라고 할 순 없지 않겠나”라며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욕 안 먹고 원만히 하길 바라 하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야당 측에서) 집사람에 대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도 만들어서 제 처를 악마화시킨 건 있다”면서도 “아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오늘 회견에서) ‘사과 제대로 하라’고 하더라. 본인도 국민께 걱정 끼치고 속상하게 해드린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부인의) 대외활동은 국민들이 다 보시는 거기 때문에 (국민이) 좋아하시면 하고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서 외교 관례상 국익과 관련해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공적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을 정식으로 출범했다고도 알렸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장을 오늘 발령 냈다.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간 다 뽑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대통령 부인에게 뭔가 요구가 오면 어떤 식으로 할지 대통령 부속실에서 (담당)했는데 (앞으로 제2부속실에서) 잘하면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인사 개편 진행…특별감찰관, 국회 추천 시 임명”

국정 쇄신을 위한 내각과 대통령실 인적 개편과 관련해선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도 예산 심의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이 한두 달 사이에 전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등까지 감안해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대표가 문제로 지적한 ‘한남동 김건희 라인 8인’에 대해선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면서도 “고위직이나 실무자나 자기 일 안 하고 엉뚱한 짓 하면서 말썽 피우는 이는 ‘계통대로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했다. 제가 지휘하는 조직이 계통 없이 일하거나 자기 일 등한시하고 남의 일 간섭하는 건 (용납 안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국회에서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그건 국회의 일이니까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다”며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두 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명 임명하게 돼 있다. 국회에서 추천이 오면 대통령이 임명 안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 대표와의 갈등설과 관련해선 “언론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라고 웃으며 “당정 문제를 떠나서 회사 문제나 교우 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때는 초심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국민을 위해 잘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와 당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같이 일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감정 가지고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면서 공동의 과업을 찾아 나가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 나갈 때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순방 다녀오면 빠른 속도로 우리 당 의원·관계자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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