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6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현장을 찾았다가 수재민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4일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최소 62명이 사망한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가 성난 주민들로부터 “살인자들” “꺼져라” 등 욕설을 듣고 오물과 진흙을 맞았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웠지만 펠리페 6세는 수모를 피할 수 없었다. 펠리페 6세는 예정보다 시간을 단축해 현장 방문을 서둘러 종료했다. 파이포르타 외에 다른 수해 지역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 이미지를 크게 신경 써 국왕이 욕설을 듣거나 오물을 맞는 일이 극히 드물다. 스페인 방송 RTVE는 이날 수재민들이 던진 오물에는 돌 등 딱딱한 물체가 섞여 있었으며 경호원 2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 차량 창문도 파손됐다. 펠리페 6세는 이후 SNS를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수재민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폭력은 규탄한다고 말했다.
수재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를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명의 소재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3000여 가구가 단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이상 걸렸고 수색과 복구 작업이 느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친지를 절실하게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당국의 대응이 늦은 데 대해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소재를 파악하겠다면서도 지금은 피해 복구가 우선이라고 호소했다. 피해 지역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구호·복구 작업에 인력과 예산을 더 쏟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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