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혼자와 예비부부 등에게 제공하던 가임력 검사를 내년부터 미혼 남녀까지 확대한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가임기 미혼 남녀의 임신 준비를 돕겠다는 것이다.
시는 3일 “남녀 임신 준비 지원 사업을 확대해 서울에 거주하는 25∼49세 남녀라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임력 검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은 난소기능검사(AMH)와 초음파 검사에 최대 13만원을, 남성은 정액 검사에 최대 5만원을 지원한다. AMH와 정액검사에 드는 통상적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검사비 전액을 지원하는 셈이다.
시는 이를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으로 35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가임력 검사를 원하는 이들은 보건소 홈페이지 또는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 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난임 전문병원이나 산부인과,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받고, 보건소에 진료비 영수증을 제출하면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
시가 지원 대상을 미혼 남녀까지 확대한 것은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남녀 모두 난임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임신 전부터 정책적으로 가임력 검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리뷰’ 보고서를 보면 서울에 사는 20~40대 미혼 여성의 절반 이상이 난자동결 시술을 고려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20~49세 미혼 여성 800명 중 난자동결시술 경험자를 제외한 790명에게 ‘난자동결 시술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51.4%가 “있다”고 답했다.
또 ‘결혼과 무관하게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여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항목에 20대 85.5%, 30대 84.3%, 40대 85.6%가 찬성했다. 경제 활동이나 학업 등으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선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단은 “서울시 여성들은 결혼과 상관없이 스스로 임신·출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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