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향인 뉴욕에서 대형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유세를 한 것은 트럼프가 스스로 말한 ‘최고 엔터테이너’라는 점을 부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교회를 찾아 흑인 유권자 결집을 시도했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간) 뉴욕의 유명 경기장 매디슨스퀘어가든(MSG)에서 집회를 열었다.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불법 이민과 경제를 소재로 여당 후보 해리스를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의 투표로 인플레이션을 끝내겠다. 범죄자들의 국내 침입을 막고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는 지난 4년간 중산층을 파괴했다. 해리스가 4년 더 재임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카멀라 당신은 해고다. 당장 여기서 나가라”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지원하느라 허리케인 피해를 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이어갔다.
뉴욕주는 경합주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지지층 규모를 과시하고 언론 관심을 극대화하고 수 있는 곳이다.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수석고문은 “매디슨스퀘어가든은 우주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다른 측근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에서 유세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세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참여해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머스크는 “사전투표를 하자. 지금 투표하자”고 말했다. 그는 “USA”라고 외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장소 주변으로는 트럼프의 연설 전부터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붉은 색 모자를 쓴 트럼프 지지자들이 넘쳐났다. AP통신은 “일부 민주당원과 전문가들은 허영심 가득한 행사라며 트럼프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 집회는 트럼프가 갈망하는 스포트라이트와 전국적 보도, 청중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최근 입소문을 탈 수 있는 일정을 기획해 미디어 노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맥도날드를 방문해 감자튀김을 만든 일정이 대표적이다. 해당 유세는 틱톡에서만 40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뉴욕은 지난 40년 동안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적이 없지만, 뉴욕 유세 자체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트럼프 캠프의 판단이 작용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트럼프 유세에 맞춰 매디슨스퀘어가든 벽면에 ‘트럼프=불안’ ‘트럼프=사기’ ‘트럼프=전과자’ 등의 문구를 투사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이날 다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흑인 교회를 찾았다.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에서 민주당 전통적 지지 기반인 흑인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다.
해리스는 교회 예배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기까지 9일 남았다”며 “지금 여기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우리는 모두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강조하며 “앞으로 9일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요구할 테지만 앞으로의 날들과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그의 권능이 우리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최근 기독교인 정체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는 교회 예배 이후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이 운영하는 서점, 이발소 등을 방문해 흑인 남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 푸에르토리코 레스토랑과 유소년 농구팀도 방문하는 등 이날 필라델피아에서만 여러 장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는 취재진에게 “필라델피아는 승리를 향한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며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라며 “(승리를 위해서는) 펜실베이니아가 의심의 여지 없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도 예측불허 혼전이 계속됐다. ABC방송이 입소스와 함께 지난 18~22일 전국 성인 2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는 49%, 트럼프는 47%의 지지를 각각 받았다. 투표 의향 유권자 중에서는 해리스가 51%를 얻어 47%를 얻은 트럼프보다 4%포인트 우위에 있었다. 이달 초 조사 때의 2%포인트(해리스 50%·트럼프 48%)보다 벌어진 것이다.
CBS방송과 유거브가 전국 등록 유권자 2161명을 대상으로 지난 23~25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오차범위 ±2.6%포인트)의 50%는 해리스를, 49%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