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앞. ‘오늘의 손님’ 명찰을 목에 건 노인들이 교회를 찾았다. 모두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이었다. 교회에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된 주거취약층 이웃들은 교회 앞마당에 부침개 냄새, 커피 향을 따라 줄을 섰다.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왔다는 강두일(86)씨는 “오전 11시에 왔는데 저녁 늦게까지 교회에 있을 계획”이라며 “오늘은 생일보다 더 생일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회가 연 일일 행사는 ‘헤세드(하나님의 자비와 인애)의 날’. 취약층 이웃에게 새옷을 선물하고 의료·심리상담, 마사지·이미용 봉사까지 온종일 펼쳐지는 잔치 날이었다. 교회는 매주 화요일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서울역 노숙인에게 각각 밑반찬·컵밥을 나누고 있는데, 한 달 전부터 취약층 주민들에게 행사를 안내했다고 한다. 교회는 취약층 주민 800명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날 행사 식재료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교회 일대 먹거리 장터엔 교인들도 적지 않았다. 또 교회 로비에선 후원자 뱃지와 수건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교인들 지갑에서 나온 이날 수익금 전액은 주거취약층을 섬길 겨울 사역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교회 사랑나눔부에서 사역 중인 윤진수 목사는 “환대의 삶은 구원의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라며 “이들의 자립을 위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가족공동체를 꿈꾼다”고 했다. 실제 교회는 월요일~금요일 새벽예배를 마친 뒤 취약층 식사 섬김을 이어가고 있다. 윤 목사는 “교회가 취약층들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동반자로 나아갈 때 ‘나그네를 대접하라’는 주님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층 이웃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교회들은 이밖에도 더 있다. 인천 에드노스청년교회(박영래 목사) 청년들은 26일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을 찾아 연탄 1500장을 나눴다. 연탄은 청년들이 2주간 모금한 후원금 130만원으로 마련됐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교인들은 아프리카·동남아 지역 외국인 유학생 약 30명과 나눌 겨울 외투를 27일까지 십시일반 모았다. 교회 선교위원회 담당인 조충성 목사는 “지난해부터 이맘때마다 교인들에게 깨끗한 겨울 점퍼를 후원받고 있다”며 “따뜻한 지역에 살다가 한국으로 온 유학생들 중 겨울옷을 사 입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이주민 선교라는 마음으로 작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