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첫 동물 장례식장이 문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장례업체가 주민반발을 이유로 용도변경을 불허한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7일 광주지법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광주지법 행정1부(박상현 부장판사)가 광주 광산구를 피고로 한 ‘용도변경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A장례업체 손을 들어줬다. 광산구는 판결 이후 법률적 자문을 거쳐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익이 없다’며 최근 항소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재판부 판단이 ‘확정 판결’로 굳어지면서 동물 장례식장이 합법적으로 광주에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는 ‘광산구가 주민반발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삼도동 장례식장 부지에 불허가 처분을 내렸으나 현행법을 준수한 장례업체 용도변경을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해당 업체가 지난 1월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였다.
광주지역에 동물 장묘시설이 한 곳도 없고 반려동물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공익적 관점에서 애완동물 장례업체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 300m 이내 민가가 7가구에 불과하고 인근에 LP가스 저장소, 축사 등이 산재해 주변경관이 훼손된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은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며 “주변 촌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용도변경 신청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22년 광산구에 용도변경 허가신청을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구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최종적으로 불허가 처분을 받은 업체는 이르면 올해 안에 동물 장례식장 개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표방한 광주시 기조에 발맞춰 동물화장장을 포함한 장례식장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체 측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씻기 위해 그동안 애견카페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데 이어 첨단 화장시설을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회는 지난 8월 심창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광역시 공설동물장묘시설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광주지역 반려동물은 등록의무제 시행 첫 해인 2014년 1만 3000여마리에서 10년 만인 올해 7만 9200여 마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광주시는 전체 4가구 중 1가구에서 반려견, 반려묘 등 각종 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에는 동물 화장장 등이 한 곳도 없어 야산 등에 불법 매장을 하거나 거리가 멀리 떨어진 전북 등 다른 지자체에서 시간·경제적 불이익을 떠안은 채 ‘원정 장례’를 치르는 반려인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위생적이고 적절한 장례절차를 통해 악취 등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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