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16이 세계 4위 인구(약 3억명) 규모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사실상 판매를 금지당했다. 애플이 인도네시아에 약속한 투자를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이폰16은 지난달 20일 글로벌 출시가 됐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애플의 인도네시아 공식 웹사이트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구매도 차단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이폰16에 대한 공식 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적은 없지만, 현지 언론은 애플이 당초 약속한 금액만큼 투자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산업부 장관은 최근 현지 매체에 애플은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 1조7100억루피아(약 1524억원) 중 아직 투자하지 않은 2400억루피아를 마저 투자해야 아이폰16 국내 판매권을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니면 애플은 아이폰16의 인도네시아 판매에 필요한 국내부품수준증명서(TKDN) 발급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부품 사용을 40%까지 늘려야 국산부품사용요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은 대규모의 현지 제조시설이 있어야 되는 만큼 당장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애플은 2018년부터 총 1조6000억 루피아(약 1403억원)를 들여 인도네시아에 개발자 아카데미에 해당하는 연구 개발 시설을 설립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플이 이 연구 개발 시설을 통해 약속한 투자를 아직 이행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지난 5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신흥 시장 집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의 핵심인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사상 최고의 매출 기록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제조 시설 건설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아이폰 조립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애플은 생산시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와 베트남 공장에서 조립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애플의 제조시설이 자국에도 설립되길 기대하고 있다.
인구도 많고 경제 성장이 빠른 인도네시아는 애플만이 아니라 여러 다국적 기업이 중시하는 시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17억 달러(2조 314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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