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약 68㎞ 길이의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 한 뒤 선로 부지에 122만㎡(약 37만평)의 대규모 녹지 공원을 조성한다. 역사 부지는 업무·상업·문화 시설로 복합 개발해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사업비 25조6000억원은 개발 이익 31조원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서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지상철도는 서울의 중심지와 생활권을 단절시켰다. 소음과 진동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그 어느 지역보다 철도 지하화에 대한 시민 염원이 크고, 지하화에 따른 변화와 발전으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사업비 우려에 대해서는 “상부 공간 개발 이익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며 “추가 예산 소요 없이 사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현재 서울 시내 철도 지상구간은 6개 노선, 약 71.6㎞로 15개 자치구를 통과하고 있다. 지하화 대상지는 경부선 일대 구간 34.7㎞와 경원선 일대 구간 32.9㎞로, 모두 39개 역사를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경부선(서울역~석수역), 경인선(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가좌역~서울역), 경원선(효창공원역~도봉산역), 중앙선(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망우역~신내역)이다.
시는 122만㎡에 달하는 선로 부지를 지하화해 대규모 녹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의선숲길 같은 도심 속 녹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의선숲길은 경의선 공덕역~서강대역 구간을 지하화한 뒤 상부 공간에 조성한 6.2㎞ 길이의 숲길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빗대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린다.
오 시장은 “연트럴파크에서 데이트도 해보시고 카페에서 담소도 나눠보셨을 것”이라며 “그런 뜻 깊은, 정말 즐거운 공간 무려 37만평이 서울에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역사 부지(171.5만㎡)는 업무·상업·문화 시설로 복합 개발한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계획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철도 지하화에 필요한 사업비는 25조6000억원이다. 이는 역사 부지 개발 이익 31조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공사채를 발행해 사업비를 조달한 뒤 추후 발생하는 개발 이익으로 사업비를 환수하는 방식이다. 별도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 우려에 관해선 “사업비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많이 잡았고, 개발 이익은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답했다.
지하화 계획은 올해 1월 제정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행된다. 국토부가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사업시행자가 개별로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시는 이날 발표한 계획을 25일 국토교통부에 선도 사업지로 제안할 계획이다. 선도 사업으로 선정되면 국토부 종합계획 수립 이전 지자체가 기본계획에 착수할 수 있다. 1년 정도 빠르게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 2028년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하화는 2034년 완료되며 상부 공간 개발은 2035년 시작된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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