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일명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뒤 행적을 드러내지 않았던 하마스 1인자가 사망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신베트(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한 끝에 전날 남부사령부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828여단은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인사·대원 3명을 사살했고, 이들에 대한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해 1명의 신원을 신와르로 확인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학살과 잔학행위의 책임이 있는 살인범 신와르가 우리 군에 살해됐다”며 “군사적·도덕적 큰 업적이자 이란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수년간 가자지구 작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설계자였다.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한 이스마일 하니예의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아 가자지구 전쟁을 이어왔다. 다만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하마스 정치국은 카타르에 있지만, 신와르는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이스라엘 언론에서 “신와르가 건재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신와르의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은 하마스는 앞으로 전쟁 능력은 물론, 조직 운영이나 가자지구 통치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에서 두 핵심 주체인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모두 1인자 없이 이스라엘과 대적하게 됐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달 27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연설에서 “하마스가 더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을 향해 “중요한 순간이 왔다. 모두가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또 한 번의 보복을 예고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이날 신와르 피살과 관련해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하마스는 이제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며 “이날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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