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임하고 있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달러는 최근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존 미클스웨이트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기꺼이 연간 100억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했다. 머니 머신은 수익을 많이 내는 많은 국가나 사업을 뜻한다.
한·미 양국은 최근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는 협정을 타결한 바 있다. 트럼프 주장대로라면 한국의 분담금은 9배 가까이 늘어난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방위비 분담금 협상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에 4만명의 군대가 주둔해 있다. 나는 ‘당신(한국)들은 부자 나라가 됐다. 당신들이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안 된다. 우리는 돈을 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한 번도 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에 5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고 한국이 난감해하자 일단 20억달러를 내게 하고, 이후에 다시 50억달러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돈을 주기로 한 거래가 끊겨버렸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에 4만명이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과장된 수치를 언급했지만, 실제 주한미국은 2만8500명 수준이다.
트럼프는 또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여러 나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도 “북한이 막 철로를 폭파했다”며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퇴임 뒤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냐는 질의에 대해 “거기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다”면서 “그렇게 했다면 현명한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경제 문제에서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는 유권자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와 일자리 등 여러 경제 현안에 대한 파격적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한국 사례를 빼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조지아주 유세에서도 자신이 집권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대이동)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흑인 유권자에게 인기가 많은 유명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에게 흑인을 위한 미국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라”며 “나는 (선거에서) 이길 것이지만, 정말 박빙”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흑인 교회와 접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이 흑인 교회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현재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흑인 유권자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적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흑인 남성들의 지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흑인 여성의 85%가 해리스를 지지했지만, 흑인 남성은 72%만 해리스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흑인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엔 흑인들이 해리스가 아닌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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