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당국이 파생상품을 매매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증권(ETF) 유동성공급자(LP) 담당 부서에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감추는 일이 발생해서다. 당국은 금융사들의 파생상품 거래가 실제로 체결돼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 26곳, 자산운용사 45곳을 상대로 파생상품 거래 관련한 전수조사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금감원은 일단 각 금융사에 자체 검사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서면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현장 검사할 계획이다. 신한증권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이번에 신한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ETF LP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인 ETF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매수와 매도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호가를 지속해서 제공한다. ETF LP는 선물 매매를 통해 자신의 투자 포지션을 매수와 매도가 아닌 ‘중립’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의 수익이 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A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ETF LP는 (유동성 공급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직접 운용을 할 거면 자기자본거래를 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한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계약을 만든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신한증권 ETF LP 담당 부서는 JP모건과 계약을 한 것으로 문서를 조작해 손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거래는 없었는데 있었던 것처럼 만든 허위 문서를 꾸미는 사례가 또 있을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 대상은 ETF LP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모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신한증권의 내부통제 실패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B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두 달 넘게 사고를 숨길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허술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태 신한증권 사장은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14일 회사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 제 자신을 반성하고 책임을 크게 통감한다”며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데 최우선으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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